- 💫영원한 것?
오늘은 제가 세상에 태어나 말을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아마 영원히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5월도 아닌 8월에 이런 얘기를 하려니 뜬금없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는데요. 사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해도 어색하고 동시에 익숙한 느낌을 동시에 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꽤 자라고 난 뒤에 할머니, 할아버지의 성함을 알게 되었는데요. 항상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르다보니 이름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것도 같습니다. 또 어린 저에게는 가장 '큰 어른'에 속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기 때문에 뭔가 궁금해 하는 대상이 아니기도 했죠.
저는 성인이 되고 2번의 이별을 겪었는데요, 양 가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던 저에게는 아주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영원히 함께할 것만 같았던 사람들이 늙어가고 종국에는 서로의 곁을 떠나게 된다는 것을 체감하면서 제 안의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저는 외갓집에 다녀왔는데요, 생전 할아버지가 제가 어린 시절 사진을 모아두셨던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이 궁금해졌습니다. 하지만 사진 같은 것은 남아 있지 않았고 본인의 어린 시절을 잘 기억하지 못하시는 현재로서는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어린 시절을 겪고 성장하다 지금에 다다르게 되었을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할머니/할아버지의 경우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는 것, 아니 생각해보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꺠닫게 되었습니다.
-
💃첫-
그리고 마침 저는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요. 바로 허가영 감독의 단편 영화 <첫여름>입니다. 현재 메가박스에서 단독상영을 하고 있습니다! 단편인 만큼 다른 영화들보다 시간이나 비용에 있어서 부담이 덜한 편인데요, 여러분도 이번주에 한 번 극장에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영순'입니다. 올해 칸 영화제의 학생 부문 '라 시네프'에서 수상한 이 영화의 소개는 다음과 같은데요,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영순의 오랜 춤 파트너이자 애인이었던 학수가 갑작스레 연락이 두절된다. 그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영순에게 학수의 아들이 부고를 전한다. 다음 날 아침에 학수의 49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영순. 그러나 그 날은 손녀딸 석윤의 결혼식이기도 하다. 영순은 학수의 죽음과 함께 자신의 삶을 느릿하게 더듬어보기 시작한다.
30분이라는 짧으면서도 긴 러닝타임 동안 영화의 초첨은 아주 분명하게 '영순'을 향해있는데요. 관객이 보게 되는 것은 누군가의 할머니가 된 현재의 영순이지만 우리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그 이전의 영순에 대해 알게 되고 궁금해하게 됩니다. 한국영화인 동시에 굉장히 사실적이고 담담한 대사들을 통해 우리는 마치 주변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할머니를 쉽게 떠올리게 되는데요, 흔해 보이는 일상의 풍경 속에서 우리가 쉽게 알아채지 못했던 것들을 마주하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생각한 명장면은 춤을 추던 '영순'과 빨래를 널고 앉아있던 '영순'이었는데요. 여러분의 명장면은 어느 지점일지 궁금하군요!
+) 이에 덧붙여, 최근 <태풍클럽>, <이사>의 재개봉로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는 소마이 신지 감독의 1994년 작품 <여름정원> 또한 재개봉을 했습니다. 저는 마침 <첫여름>과 같은 날에 보게 되었는데요. 줄거리를 잘 알지 못하고 갔음에도 뭔가 이어지는 기분에 선택을 잘한 저(?)를 아주 칭찬했습니다. <첫여름>의 주인공이 할머니였다면, <여름정원>의 주인공은 할아버지인데요, 배경이 일본인지라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 이 또한 추천드립니다!
-
🎵오늘의 노래: 빛과 소금 - 오래된 친구
요새 자주 듣는 이 노래가 오늘의 편지와 꽤 어울리는 것 같아 추천 드립니다😁
TIP) 앨범 커버를 클릭하면 노래 감상이 가능한 유투브 링크로 연결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