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는데요.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살아보신 분이라면 가끔 전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을 들어보신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로 안전점검을 하느라 사이렌이 울리거나, 기계식 주차장 점검을 해 일정 시간 동안 차량 출고가 불가하다거나 등등 생활에 필요한 안내를 하기 위한 방송이죠. 어쩔 때는 민원이 많은 실내 흡연을 자제해달라거나 층간 소음 감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내용이 100% 모두에게 뚜렷하게 들리는 건 아닌가봐요. 가끔 당부했는데도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 서로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하거든요. 혹은 경비실에서 특정 세대 현관문에 경고문을 부착하기도 하죠. 얼마 전에 인터넷을 보는데 그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옆집이 조용하다면 방음이 잘 되는 게 아니라 이웃이 조용히 살고 있는 것이라고. 종종 저 또한 깜빡하는 사실인데, 공동거주 형식의 건물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게 살고 있다는 것을 떠올려봅니다. 그래서 한때는 옆동, 옆옆동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놀 수 있었고, 대단지 아파트 내에 하나의 조그만 사회가 생겼다는 것도 말이죠. (전 그 대단지 아파트 근처 단독주택에 사는 주택키드(?)여서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 무리에 끼려면 언덕을 하나 넘어야 했지만요 ㅎㅎ)
역시, 더불어 사는 건물에서 잊지 말아야할 것은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봄날아빠의 정체를 밝혀라!
일전에 방구석DJ를 통해 <시티 픽션-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라는 책을 소개한 적이 있었어요. 거기에 조남주 작가의 <봄날아빠를 아세요?>라는 소설이 실렸는데요. 오늘은 거기서 시작된 연작소설을 소개드리고 싶어서 가져왔습니다. 바로 '아파트'를 둘러싼 서영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영동 이야기>! 이 책은 위에서 징징이 소개한 영화 '럭키, 아파트'와는 좀 다른 시점으로 아파트에 접근해요. 투자의 대상이나 재산으로, 그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분투와 욕망을 솔직한 언어로 그려냅니다.
[희진도 새 집이 좋았다. 행복했다. 1402호에 살 때보다 적어도 9평만큼은 더 행복했다. 그리고 곧 서울 아파트 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당신 말 듣기를 정말 잘했어. 처음에 집 산 것도 너무 잘했고, 갈아탄 것도 잘했고."
남편은 수시로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 시세와 실거래가를 확인했다. 신고가를 경신할 때마다 싱글벙글했다. 어차피 현금화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데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희진이 물었다.
"일단 기분이 좋잖아.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거나 할 때도 ...(중략)"]
부동산 투자는 현대사회에서 꾸준한 화두가 되어왔습니다. 소설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 '영끌'이라도 해서 부자가 되려는 인물의 욕망은 우리가 매료되는 자본주의의 풍경을 정밀히 묘사합니다. 물론 그게 소설의 전부는 아니에요.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에서는 노인복지시설이 동네에 들어서려는 걸 반대하던 경화에게 벌어지는 의외의 사건을, <이상한 나라의 엘리>에서는 세입자와 건물주 간의 피할 수 없는 갑을 관계가 그려집니다. 제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의 풍경이 이 곳 서영동에서도 피할 수 없는 사건처럼 계속 일어나는 거예요. 때문에 어떤 장면들은 뼈가 시릴 정도로 이입이 잘 된답니다. 무거운 듯 무겁지 않게,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사건들로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펼치는 소설이니 연말이 다가오기 전 독서를 결심한 분이 있다면 읽어볼 책으로 추천드려요.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그렇게 솔직한 욕망을 드러내는 '이유'를 잊지 않도록 언급해줍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요. 거창하게도 말고 그냥 좀 더 잘 살고 싶다는, 그런 이유 말이죠.
[사실 알고 있다. 난이 언니 같은 사람들을 안다. 성실하고 다정하고 선량한 사람들. 씩씩하게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사람들. 남들 눈에는 작고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자기 세계를 차근차근 만들어 가는 사람들. 작은 기쁨을 알고 큰 슬픔에도 담대한 사람들. 조금만, 아주 조금만, 혼자 설 수 있을 만큼만 기회를 주고 응원해주면 소박하게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끝까지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을 사람들.
혼자 외로웠을 거라고 사장은 말했다. 혼자이면 외로운가? 슬픈가? 불행한가? 잘 모르겠다. 아영은 가족들과 함께 살 때도, 친구가 많을 때도, 동료들과 매일매일 바쁘게 지낼 때도, 뜨거운 연애를 할 때도 자주 외롭고 슬프고 불행했다. 혼자라서가 아니라 그저 세상이 너무 퍼석할 뿐이다. 난이 언니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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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누군가 이 노래를 추천해줬는데 오늘 소개한 소설과도 어울리는 곡 같아서 가져왔어요. 아마 노래 속 가사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신나는 밴드 사운드와 공감 가는 가사가 어울려서 좋아하는 곡 ! 공기가 차가워지면 생각이 나는 곡이기도 해서 지금 계절에 듣기 딱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