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영화 <컨택트>(원제: 어라이벌)가 재개봉을 했습니다. 워낙 좋아하는 영화라 극장에서 또 보고 싶어서 영화관에 다녀왔는데요. 큰 스크린으로 보니 '다시 봐도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지구상에 갑자기 12대의 비행 물체가 이상 착륙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언어학자인 주인공 '루이스'가 UFO의 외계인(사실 인간형태가 아니기에 人이라는 말을 붙여도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영화에선 이들을 헵타포드라고 부릅니다) 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그들의 언어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비밀이 아주 놀랍습니다. 관객들은 엔딩까지 감상해야 영화의 진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초반부는 전개가 뚝뚝 끊기고 어딘가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끝까지 보신다면 절대 후회 없으실 거라는 추천사를 남깁니다!
무엇보다도 재감상을 하며 인상적이었던 점은 '헵타포드'가 등장할 때마다 우웅-하고 귓가를 울리는 기이한 음악이었습니다. 낯선 존재들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더욱 실감나게 해주는 웅장한 사운드였죠. 영화가 언제까지 극장에 걸려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신다면 낯선 이들과 조우 했을 때의 거대한 존재통을 느껴보시기를!
🌍지구에서 한아뿐
이 책은 너무 유명해서 레터에서 소개를 할까 말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주제를 들었을 때 이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바람에... 이렇게 여러분께 소개드립니다. 이번 호는 정세랑 작가의 소설, <지구에서 한아뿐>과 함께합니다.
여러분은 어느 날 갑자기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애인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분명 외관은 내가 알던 사람과 똑같은데, 뭐랄까. 그 안에 다른 영혼이 들어간 것처럼 느껴진다면 말이죠. 거기다 그는 전에 없던 특이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가지를 원래 못 먹었는데, 식당에 가서 가지 반찬을 집어먹는다든가. 혹은 페트병 분리수거를 하러 가서 입에서 빛을 뿜어(!) 페트병을 스캔하기도 합니다. 저라면 '도대체 여행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하고 의심을 많이, 아주 많이 해볼 것 같은데요. 그건 주인공인 '한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구에서 한아뿐>의 주인공, '한아'는 의류리폼디자이너로 살아가며 애인인 '경민'과 오랜 기간 만나왔습니다. 원래도 경민은 철 없고 아이 같은 면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캐나다로 유성우를 보겠다며 떠나버렸죠. 그런데 뉴스에서 캐나다에 운석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모든 일의 시작이었죠. 한아의 곁으로 돌아온 경민은 다행히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했지만 어딘가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한아도 점차 달라진 경민과 함께 지내면서 그의 '특이함'을 느끼기 시작해요. 결국 나중엔 한아도 경민의 정체를 알게 되죠. 믿을 수 없지만 그가 외계인이라는 걸요! 과연 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반해버린 거지. 그거 알아? 내가 너한테 반하는 바람에, 우리 별 전체가 네 꿈을 꿨던 거? 하지만 첫번쨰로 널 보고 널 생각한 건 나였기 때문에 내가 온 거야."
이 사랑고백의 구절이 등장하는 소설이 바로 이 책이었답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한 한아의 가치관을 너머, 한아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해버린 외계인 경민의 진심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가 우리와 다른 존재지만 그것만큼은 뚜렷하죠. 그렇기에 어쩌면 '소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이 담긴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번외로 저는 이 책에 등장하는 '주영'에 관한 구절에 마음을 뺏기고 말았는데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도 아래의 문장이 참 좋았습니다. 함께 읽어보실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탁월하고 독창적인 사람들이 만든 세계에 기생할 수밖에 없다.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세계에, 예수와 부처의 세계에,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세계에 포함되고 또 포함되어 철저히 벤다이어그램의 중심이 되어가면서 말이다.
다른 이의 세계에 무력하게 휩쓸리고 포함당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차라리 아폴로의 그 다시 없이 아름다운 세계에 뛰어들어 살겠다.
그 세계만이 의지로 선택한 유일한 세계가 되도록 하겠다 ... "
여기서 '아폴로'는 책 속에서 유명한 슈퍼스타입니다. 주영은 아폴로의 1호팬이자 팬클럽 회장까지 맡고 있죠. 아폴로의 존재가 주영에겐 아주 큰 빛이자 희망입니다. 우리가 굉장히 소중히 여기는 것을 볼 때, 누군가의 팬이 될 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감정들이 잘 녹아난 문장이라 여러분께도 소개해드리고 싶었네요. 그럼 이번 호는 이만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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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된 지는 꽤 됐지만, 여전히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에요. 발랄한 목소리와 예쁜 가사가 잘 어우러지는 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