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처서 매직'이라고 하죠! 처서가 지나면 아무리 덥더라도 거짓말 같이 시원해지는 경향이 있어 이렇게 말하고들 했는데 올해부터는 이 마법도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건가 봅니다. 저는 비교적 더위에 강한 편인데요, 하지만 밤에도 기온이 높다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잠에 들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평소에도 가뜩이나 야행성에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는데, 열대야까지 겹치면 어느덧 이르게 마중나온 해를 보게 되기도 합니다. 후덥지근한 밤을 잘 보내려면 역시 즐겁고 기분좋은 일을 해야 하는데요, 그래서 저는 밤에 다이어리를 쓰기도 하고 여러 취미생활들을 합니다. 최근에는 코바늘을 사서 뜨개질을 시작했는데요, 뜨개질이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새로운 취미를 만들었지만 오래 갈지는 장담할 수 없군요🤣 그리고 당연히 영화를 보는 것 또한, 저의 열대야를 보내는 방법 중 하나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밤'과 잘 어울리는 두 편의 영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마도) 얼마 남지 않았을 열대야, 저의 추천영화를 보면서 함께 보내봐요😄
💙푸른 밤
보통 영화의 제목은 원제이든 번역 제목이든 간결하고 명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그 편이 주제를 전달하거나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 쉽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간혹 아주 긴~ 길이의 영화제목들이 종종 있는데요, 사람들은 그런 영화를 자기 입맛에 맞춰 바꿔부르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그런 경우였죠. 하지만 이 영화는 줄여서 부르는 게 쉽기 때문에 '에에올'이라고 통용되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소개해드릴 이 영화는 줄이는 게 꽤 쉽지 않은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이 영화를 줄여 부르실지 궁금하군요! 바로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입니다. 제목만큼 특이한 점이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이 영화의 원작이 '시집'이라는 것입니다. 사이하테 타히 작가의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라는 작품으로 만든 이 영화는 제목에 맞는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화려하고 무언가로 가득 차 있는 도시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공허한 이 도쿄에서 '신지'와 '미카'는 푸른 빛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갑니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저와 제 지인들의 모습들이 얼핏 투영되는 것만 같은 이 영화는 한없이 우울할 것 같지만 그 속에 여전히 사랑과 희망의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인물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대화를 하고 무언가를 믿기 시작하는 과정 속에서 제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거리 위에서 열정적으로 버스킹을 하는 인물이었는데요,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시길 바라요!
이와 관련하여 인상 깊은 글이 있어 한 문단을 인용하며 다음 영화 소개로 넘어가겠습니다!
"인간은 운명 앞에 눈이 먼다. 불가해한 운명 앞에 놓인 인간의 근본적인 불안에 대해 고뇌했던 키에르케고르의 말처럼, 삶의 일관성은 오직 인과율을 벗어난 비일관성에서 성립되는 듯 보인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의 주인공 미카
와 신지는, 삶의 아이러니한 순간을 경험하며 비워낼 수 없는 불안과 마주한다. 허무주의가 팽배한 메가시티 도쿄에서 그들이 조우하는 건 예기치 못한 불행의 연속이다. 그렇기에 두 사람에게 행복은 쉽게 부서져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허망한 꿈으로 여겨진다. 사소한 기쁨도 이들에겐 해답없는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지난한 과정으로 느껴진다. “네가 가엾다고 생각하는 네 자신을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동안은, 세상을 미워해도 돼.” 고립된 삶을 위로하는 영화 속 시구(詩句)는 두 사람의 일상에 유의미하게 중첩된다."
(조한기, <달콤한 불안의 시학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2019)>)
앞서 푸른빛 밤을 소개해드렸지만, 뭐니뭐니 해도 밤은 검은색이죠! 검은색과 영화, 저는 '흑백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다소 무맥락이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흑백영화 중 하나를 소개해드립니다!
(흑백영화를 추천해 드리려고 찾다보니 제가 생각보다 흑백영화를 꽤나 좋아하더군요! 그래서 다음에 '흑백영화'를 주제로 또 소개해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조금은 울적했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영화입니다. 바로 그 유명한 <프란시스 하>인데요! 흑백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 밋밋하고 지루할 것만 같은 화면들이지만 프란시스가 생기있는 움직임으로 가득 채우는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흑백이라는 색감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기숙사에서 살게 된 프란시스가 복도에서 울고 있는 학생 앞에 가만히 앉아주는 장면인데요, 저도 모르게 여기서 많은 위안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조금의 스포를 하자면, 프란시스의 이름은 사실 '프란시스 하'가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프란시스 할리데이'이지요. 하지만 영화의 끝에 다다라 자신의 집을 가지게 된 프란시스가 우편함에 자신의 이름을 끼워넣으려고 하자 조금 자리가 부족했는데요, 그래서 결국 종이를 조금 접어 '프란시스 하'까지만 끼워놓기로 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 꿈만으로 이 현실을 살아가기엔 조금 세상이 벅차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프란시스처럼 조금 자신의 것들을 접어가며 현실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꿈을 포기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저도 프란시스 같은 사람이라 더욱 공감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두 편의 영화를 소개해드리며 열대야(밤)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이 후덥지근함 때문에 열대야도 오래 계속될 것 같은 막막함이 들지만 결국은 지나가고 또 새로운 아침, 새로운 밤이 찾아올테지요! 모두가 저마다의 밤을 잘 보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름이 지겹다 지겹다 하지만, 또 여름이 지나고 나면 금세 여름을 그리워할테지요! 제가 요즘 즐겨듣는 여름과 같은 노래를 하나 올리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