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징징의 인사말"
안녕하세요, 여러분! 마침 이 레터메일이 도착하는 월요일이 긴 추석 연휴의 중간에 있는데, 어떻게 다들 잘 보내고 계신지 궁금하군요! 저는 사실 올해의 추석은 명절의 느낌이 좀 덜하긴 합니다만, 날씨탓도 조금 있는 것 같군요! 아무튼 여러분이 휴일을 알차게 보내시길 바라며 이만 시작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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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라는 대소사
여러분은 어릴 때 이사를 자주 다닌 편이신가요? 저는 기억도 안 날 만큼 아주 어릴 적에 부산의 한 섬에 있는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왔는데요, 그 뒤로 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 아파트 단지를 떠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앞으로의 미래에 이렇게 이사를 자주 다니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죠. 하지만 섬을 떠나 서울로 상경한 뒤 최소 1년에 1번씩은 집을 옮겨다니며 살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나만의 집이 없다는 불안정한 감각은 생각보다 꽤 제 삶을 좌지우지했습니다. 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니멀리즘을 실천했는데요, 어차피 또 몇 개월 뒤면 이사를 가야 하는데 짐을 늘려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어쩌다보니 기숙사에, 워킹홀리데이에, 짧게나마 어학연수도 가고 (제 사주에 2개나 있다는) 역마살로 여기저기 떠돌다가 지금 머물고 있는 자취방에서는 처음으로 2년 넘게 살고 있는데요, 조금 안주하다보니 그 사이에 짐이 무척 늘었더군요. 남은 집 계약기간을 떠올려보다가 문득 집을 둘러보니, 이사 갈 생각에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언제,,, 이렇게 짐이 늘었지?
이렇듯 자신의 생활공간을 뒤집어 엎어야하는 '이사'는 아주 옛날부터 꽤 중요한 일로 여겨지곤 했습니다. 지금도 이사는 소위 '손없는날'이라는 길일에 하려는 사람들이 많고, 새집에 인사를 드린다는 생각으로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도 있지요. 제가 유년시절을 보낸 부산의 한 섬에는 이사와 관련된 전설도 하나 있습니다. 섬에는 '영도할매'라고 불리는 일종의 수호신이 있는데요, 영도 밖으로 사람이 빠져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만일 섬을 빠져나가 이사를 가려면 할매 모르게 나가야 한다는 전설입니다. 그래서 할매가 바쁜 날이나 자고 있는 새벽에 이사를 가야한다는~ 요즘에는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전설이 있지요.
아무튼 살다보면 반드시 이사를 해야 하는 순간을 누구나 맞이하게 되겠지요. 여러분도 이사와 관련된 기억들이 문득 이 글을 읽으면서 새록새록 생각나시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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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정리를 하다보면
결국 이사라는 것은 일종의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에 영화에서 '이사'와 관련된 소재가 나오면 그로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변화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오늘은 이 '이사'로 시작되는 영화 2편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교토에서 온 편지>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몇 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게 되었는데요. 이 영화의 배경은 앞에도 말씀드렸던 제 고향인 '영도'인데요, 마침 함께 이 영화를 봤던 친구 또한 영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 끝나고 영화에서 나오는 익숙한 풍경들에 대해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의 이야기와도 아주 많이 닮아있었던 이 영화는 3자매 중 둘째인 '혜영'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작가'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영도를 떠나 서울에 올라왔던 혜영은 서울에서의 삶이 잘 풀리지 않음을 느낍니다. 어찌저찌 휘몰아치는 일상에서 쫓겨나듯 혜영은 다시 자신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영도로 돌아오게 됩니다. 일종의 원치 않는 이사를 하게 된 셈이지만, 어찌됐든 방을 정리하던 와중에, 혜영은 어머니와 관련된 편지들을 보게 되고, 영화는 그 편지로부터 점차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편지는 일본에서 온 편지였고, 아마도 혜영에게는 '외할머니'일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온 편지였습니다. 이렇듯 엄마의 출신에 대한 비밀(?)을 문득 알게 된 세 자매는 어머니의 어머니를 찾아 여정을 시작합니다.
섬이라는 것은 어딘가 고립되어 있고 가둬져 있다는 느낌도 들긴 합니다만, 주위가 모두 바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반대로 말하면 누구나 흘러들어왔다가 흘러나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영도에는 제주도 출신의 사람들이 꽤 많이 살았었다고 하는데요, 제주도 밖에 있는 제주은행은 서울을 제외하면 영도 지점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아무튼, 누군가가 들고 난 자리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남아있는 법이지요. '이사'로부터 시작되는 이 가족의 여정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꼭 한 번 보시길 바라요!
저의 꽤 많은 이사경력(?)에는 물론 제가 원해서 간 이사도 있겠지만, 원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경우들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 기숙사가 그랬고, 집 계약을 연장할 수 없는 경우가 그랬고, 사는 곳이 바뀌어 그랬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본인이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공간을 의도치 않게 바꾸어야 할 때의 그 불편함! 심지어 그것이 불편한 동거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더욱더 괴로울 것입니다. 제가 소개해드릴 두 번째 영화는 바로 이 '불편한 동거'로부터 시작됩니다. 현재 상영되고 있는 이 <딸에 대하여>는 김혜진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인데요, 저는 이 소설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부터 열렬한 팬이었기에 이 영화에 대해 무척 기대가 많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더욱더 이 책과 영화에 대한 애정이 높아졌는데요, 여러분도 관심이 생기신다면 꼭 극장에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딸'이라는 시점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딸을 바라보는 엄마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딸은 대출이 어려워져 결국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고 엄마의 집으로 이사를 들어오게 됩니다. 다만, 딸만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고 딸과 함께 살고 있었던 딸의 '친구'도 함께 살게 되죠. 밖에서는 '친구'라고 소개를 하고 있지만, 사실 어머니도 이 어색한 타인이 바로 딸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 불편한 이사-동거로부터 시작되는 이 이야기, <딸에 대하여>는 사실상 '딸'을 '삶'으로 치환해도 크게 거리낌이 없습니다. 요양보호사로서 언제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그는 딸이 집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부러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던 딸의 삶을 직면하게 됩니다. 굉장히 복잡한 문제들이 얽히고 섥혀 있지만 아주 담담하고도 잔잔하게 풀어내는 이 영화는 보는 관객들에게 수많은 질문들- 하지만 결국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것으로 귀결되는-을 남깁니다.
이사와 관련된 영화이기는 하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아무도 '이사'에 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 영화 2편🤣을 소개해드렸는데요, 꽤나 결이 비슷한 영화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둘 중 한 영화라도 좋게 보셨다면 나머지 한 편도 꼭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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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히사이시 조 - 세계의 약속
일생을 내내 이사를 하며 사는(?) 하울,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OST입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인생의 회전목마'이겠지만, 저는 엔딩에서 나오는 이 노래를 가장 좋아합니다! 오랜만에 한번 들어보시죠!
TIP) 앨범 커버를 클릭하면 노래 감상이 가능한 유투브 링크로 연결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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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 - 세계의 약속
淚の 奧に ゆらぐ ほほえみは 눈물 속에서 흔들리는 미소는 時の 始めからの 世界の 約束 시간이 시작되면서부터 존재하던 세상의 약속 いまは 一人でも 二人の 昨日から 지금은 혼자라도 오늘은 두 사람의 어제로부터 今日は 生まれきらめく 생겨나서 반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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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초마의 인사말"
안녕하세요. 초마입니다.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모두들 오랜만에 보는 가족, 친척들과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되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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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e to Heaven
오랜만에 맞는 긴 연휴입니다.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아 잘 쉬고 계신가요? 이 레터를 언제, 어디에서 읽고 계시든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두 DJ들도 그럴테니까요! 🎉
이번 호는 어쩌다보니 '이사'를 주제로 골랐습니다. 저는 살면서 지금까지 이사를 3번정도 다녔는데요. 거기서 기숙사에 사느라 짐을 왔다갔다 옮겼던 횟수까지 더하면 5-6번 정도네요. 어라라, 교환학생까지 세니까 일곱 여덟번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둥지를 옮긴 횟수가 많군요. 신기할 따름입니다.
저는 이사에 관한 어마어마한 특별한 기억이나 해프닝은 없습니다. 다만 짐 정리를 할 때면 늘 정들었던 물건과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애착 베개나 이불을 버려야 할 때라든가,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편지를 쓰레기통에 넣어야 하는 일들이 생기죠. 그렇게 짐의 부피를 줄이고 줄인 이사가 끝나면 '다시는 짐을 쌓아놓고 살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는데요. 그런 뒤에도 미니멀리스트의 삶은 커녕, 어느 때처럼 맥시멀리스트로 살아가는 스스로를 보며 '나는 아직 멀었구나' 생각하곤 합니다.
제가 가장 헤어지기 아쉬워했던 물건은 오래된 디지털피아노입니다. 벌써 10년도 넘게 제 방 한구석에 있는 피아노는 제가 치지 않는 이상 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에 엄마에겐 골칫덩이였다고 해요. 그도 그럴 게 제가 본가에 많아야 1년에 2번 정도만 내려 올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제가 밴드 공연을 하면서(ㅋㅋ) 이 아이를 간만에 많이 많이 이용했어요! 이번 연휴에도 연습이 필요한 곡이 있어서 치다 갈 생각인데, 벌써부터 좀 설레는 기분입니다.
여러분도 기억에 남는 이사나, 헤어지기 아쉬웠던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피드백 창구를 통해 DJ들에게도 그 사연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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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오늘은 좀 특별한 이사에 관해 얘기해보려고 해요. 2021년에 방영된 드라마 <무브 투 헤븐>을 아시나요? 감옥에서 갓 출소한 상구(이제훈 역)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조카 그루(탕준상 역)의 후견인이 되고 유품정리업체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인데요. 이 작품은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삶의 흔적에서 배운 것들을 담은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모티브로 해 제작됐답니다. 그래서 드라마도 옴니버스 형식으로, 고인 개개인의 사연을 담은 에피소드를 따라가며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봅니다. 저도 인상깊게 본 작품이라, 연휴에 심심한데 뭐 볼 거 없나 찾고 계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넷플릭스에 있어요!)
그와 비슷하게, '천국으로의 이사'를 도우며 느꼈던 이야기를 담은 또다른 책이 있습니다. 바로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라는 에세이인데요. 이 책은 저자인 김석중 유품정리사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현장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유품정리사의 일은 죽음을 매우 가까이서 지켜보는 일이다보니, 저자의 이야기가 곧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이야기같아서 몰입이 잘 됐어요. 남은 고인의 물건을 보고, 깨끗이 정리해 유족들에게 전달하는 일. 이는 단순한 정리와 이사라기 보다는 좀 더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이지만 고인에 대한 예의는 입구부터 시작됩니다. 예상하지 못한 제 인사에 동행한 의뢰인이 움찔하곤 합니다. 일반적인 방문 절차는 초인종을 누르고 집주인의 허락을 받은 뒤에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홀로 살다 죽은 사람의 집에는 아무도 없기에 '이번에는 어떤 삶을 사신 분일까?'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곤 합니다.]
[이 일을 만나기 전까지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하고서 사람이 죽으면 삶의 흔적을 무수히 남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손주들을 뒷바라지하시다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사연 외에도 저자의 시선에서 지켜본 무수한 삶의 이야기들이 책 속에 있었습니다. 책장을 덮으면서 저는 '잘 정리하고 떠나는 법'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죽음이라는 손님은 예고없이 삶의 문을 곧잘 두드리는만큼, 항상 제 주변을 잘 정리해야겠다는 결심도 들더라고요.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더 좋은 기억을 만들까?'하는 고민을 멈추지 않는 일 같더라고요.
소중한 사람들과 귀중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만큼, 여러분도 이 순간의 행복을 온전히 누리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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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펀치 - 가끔 이러다
오늘 성묘 끝나고 바다에 가는 길에 오빠가 이 노래를 틀어줬어요. 이사랑 관련있는 가사도 멜로디도 아니지만 왠지 어디론가 떠나는 길에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추천이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펀치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곡이에요🎵
TIP) 앨범 커버를 클릭하면 노래 감상이 가능한 유투브 링크로 연결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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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 가끔 이러다
혹시 뭐할까 기분 탓일까 오늘따라 네가 그리워지는데 가끔 이러다 네 생각에 잠 못 드니까 미련한 상상 밤새 하겠지 슬프다고 괴롭다고 그렇게 끝이라는걸 술 한잔에 다 잊혀질까 사랑은 또 사랑으로 잊어야 하는 거라면 이제는 나 그만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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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EDBACK
다들 추석 연휴 즐거이 보내고 계신가요?
여느 때보다도 풍성하고 행복한 명절 되시기를 DJ들도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바빴던 삶 가운데 쉬어가는 시간인만큼, 가족 친척 (혹은 친구나 혼자서) 들과 못다한 얘기들 나누며 보내시기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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