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징징의 인사말"
추워지니까 더 하루가 빨리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저만 그런가요?
모두 겨울옷을 다 꺼내셨는지 궁금하군요, 저는 막 이제 정리를 하려고 하는데요 예상치 못하게 겨울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아 뭔가 서글픈 기분도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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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영화관으로
요즘의 저를 만나신다면, 딱히 즐겁지 않으실 겁니다. (글에서도 느껴지시는지는 모르겠으나) 원래 개그본능이 충만했던 저는 최근 졸업을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했습니다,, 온몸에서 힘을 뺀 채 흐느적거리며 학교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될 줄 알았던 졸업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다니요!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에 영화를 주제로 졸업 논문을 쓰기 시작했건만, 논문을 쓰려고만 하면 갑자기 미친 듯이 괴로워집니다. 그러면 이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저에게는 3곳의 장소뿐입니다. 바로 식탁 앞, 침대 위, 그리고 영화관이죠! 영화로 인해 끙끙 머리를 쥐어싸매다가도, 또 재밌는 영화를 찾아 영화관으로 갑니다. 이 날도 결국 논문을 뒤로 팽개친 채 맛있는 피자를 먹고 영화관으로 달려갔습니다. (정말 달려갔습니다. 정신없이 피자를 먹다 시간을 놓치고 말았죠😒) 이 날 골랐던 영화는 바로 할리우드 (세미) 블록버스터 영화로 돌아온 PTA(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였습니다.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소중한 논문을 쓸 시간을 이렇게나 할애했다는 사실이 전혀 후회되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로 굉장히 몰입감이 있었고 괴로움을 달래기에 충분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One Battle After Another' 결국 끝없는 싸움이라는 의미의 이 제목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현재의 미국을 떠올려볼 때, 아주 많은 생각을 자아내는데요. 이제 조금 더 자세히 영화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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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의 추격전
영화는 가상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미국처럼 굉장히 혼란한 시기를 맞이한 듯 보이는데요. 오프닝씬의 배경은 이민자들을 감금해놓은 수용소입니다. 이러한 이민자들을 배경으로 강렬하게 등장하는 '퍼피디아'(테야나 테일러)는 래디컬 반체제 단체(프렌치 75)의 일원입니다. 본인들이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세계를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프렌치 75'의 이번 목적은 바로 이 난민 수용소를 급습하여 최대한 많은 사람을 무사히 구출하는 것입니다. 이번 작전에는 폭탄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바로 그 폭탄을 다룰 전문가가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팻'입니다. 팻과 퍼피디아는 연인으로, 팻을 제외한 모든 단체의 일원이 비(non)-백인입니다. 팻 또한 혁명에 아주 열성적이긴 합니다만, 본인의 신념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사랑하는 퍼피디아를 위해 이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 난민 수용소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빌런, '스티브 락조'를 만나게 됩니다. 해당 수용소를 관리하던 군대의 대령으로, 술 취한 채 자고 있다가 프렌치 75의 공격에 속절없이 당하게 되죠. 그리고 그 급습에서 퍼피디아를 마주하게 된 락조. 마조히스트였던 락조는 자신의 앞에 홀연히 등장한 퍼피디아에게 빠지게 되고, 집착남이 되어 망령처럼 영화에서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이후 퍼피디아와 팻은 사랑스러운 아이 '윌라'를 낳게 되지만 여러 사건들로 인해 퍼피디아는 이들을 떠나게 되고 팻은 '밥'이 되어 윌라와 함께 살아갑니다. 십 몇 년 전에 이미 프렌치 75라는 단체를 떠났건만, 어찌된 일인지 윌라는 프렌치 75라는 부모의 과거로 인해 납치를 당하게 되고, 밥(팻)은 그런 딸을 애타게 찾아다니며 영화는 본격적으로 진행됩니다.
혁명에 대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혁명의 메시지나 과정은 잘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혁명 이후 - 프렌치 75가 거의 와해된 시점이 영화의 본격적인 진행시점입니다. 하지만 다음 세대인 윌라를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밥(팻)을 통해 우리는 아직 그 지난한 싸움이 끝나지 않았고, 윌라라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며 끝없이 반복되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한 메시지가 굉장히 세련되면서도 즐겁게 그려지고 있는 이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납치된 딸을 구하는 내용이다 보니 추격전이 흥미롭게 느껴지는데요. 미국의 아주 광활하고도 굴곡진 도로를 따라 서로를 쫓고 쫓는 이 추격전을 계속 보다보면, 러닝타임을 깜빡 잊게 됩니다. 아직 영화관에서 하고 있으니, 여러분도 꼭 큰 스크린으로 이 추격씬을 감상하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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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웨이브'를 기억해
앞서 추격전이 굉장히 흥미진진하다고 말씀드렸음에도, 이 영화는 그렇게 급박하게 진행되는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좀 느긋하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장면들이 더 자주 등장하죠. 이와 관련해서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했던 인물은 바로 '윌라'의 가라테 사부인 '세르지오'입니다. 정말 좋아하는 베니시오 델 토로가 연기한 이 인물은 가라테 도장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거대한 조력자인데요. 많은 사람들을 순식간에 구해내면서도, 항상 여유있게 하나의 가르침만을 줍니다. 바로 '오션 웨이브를 떠올려라'는 것이죠. 차분하게 본인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뤄내는 세르지오를 보고 있다 보면 저도 밥(팻)처럼 조급해지다가도 문득 마음의 안정을 되찾곤 합니다. 여러모로 매력적인 이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평론의 한 부분을 인용하며 레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현재 미국 영화가 도달한 가장 높은 지점이며, 동시에 인간이 아직 버리지 못한 희망의 기록이다. 혁명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세계 어딘가에서, 혹은 한 인간의 내면에서 지금도 조용히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카메라는 그 보이지 않는 혁명을 기록한다. 체제를 무너뜨리는 대신 감각과 윤리를 흔드는 방식으로. 그래서 이 영화는 혁명이 사라진 시대의 영화가 아니라, 혁명이 여전히 인간 안에서 태어나고 있음을 증명하는 영화다. 패배한 자들의 심장 속에도 아직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출처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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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Jackson5 - Ready or Not (Here I come)
이 영화의 OST는 Radiohead의 조니 그린우드가 담당했다고 하는데요,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주는 노래 중 하나를 들려드립니다!
TIP) 앨범 커버를 클릭하면 노래 감상이 가능한 유투브 링크로 연결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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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son5 - Ready or Not (Here I come)
Ready or not, here I come, you can't hide
Gonna find you and keep you happy
Ready or not, here I come, you can't hide
Gonna love you and make you love me
You can't run away (You can't run away)
From this love I got, oh baby (You can't run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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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초마의 인사말"
안녕하세요. 벌써 10월의 마지막 주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연말도 훌쩍 다가온 요즘, 내년은 어떤 해가 될지 기대하며 보내게 되는데요. 이 글을 읽는 제 모든 구독자분들께 늘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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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교집합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들었던 생각이지만, 징징과 저는 취향이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집합에 비유하자면 저희 둘은 취향의 교집합이 큰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덕분에 징징이 맘에 들어한 영화는 제게 큰 영감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래나 시집도 마찬가지에요. 믿고 보는 징징픽!인 셈이죠. 그래서 논문에 지친 징징에게 영화관이란 장소가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합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저도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요.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가 해당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취향 저격'당했던 기억이 있었거든요.
블랙 코미디 장르의 영화는 하고 싶은 말을 유쾌한 웃음 속에 숨겨서 관객 앞에 짜잔 내놓는 게 참 매력적입니다. 언뜻 보면 시원한 추격 영화인 것 같기도, 엉뚱한 은퇴 요원(?)의 딸 되찾기 대작전 같기도 한 영화에는 애쓰지 않아도 느껴지는 메시지들이 숨어 있습니다. 징징이 언급한 것처럼, 현재 미국의 상황을 떠올리며 보신다면 생각할 지점이 더욱 많이 발견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혁명의 대물림
혁명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적 의미로는 '기존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구조나 질서를 급격하고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사건' 을 이른다고 합니다. 징징의 말처럼 영화에서 다뤄지는 시점은 혁명 이후지만,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한 세대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 시점의 캐캐묵은 벽을 깨부순 다는 것은 곧 이상적인 세계, 유토피아로 한발짝 더 나아가려는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해서 저는 원래 한 개인에게도 이러한 변화들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소개해드리면 어떨까 했는데요. 그에 앞서, 영화가 <바인랜드>라는 책을 각색해 제작되었다고 해서 이번 호에서는 원작을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60년대가 끝났을 때, 치마 끝이 아래로 내려오고 옷 색깔이 칙칙해지고 모두가 전혀 화장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화장하게 되었을 때, 누더기를 걸친 자들이 때를 만나고 닉슨 정권의 탄압이 가장 열성적인 히피 낙관론자들의 눈에도 충분히 보일 만큼 명백하게 그 윤곽을 드러냈을 때, 바로 그 무렵에 프레네시는 다가오는 가을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생각했다. 이제 마침내 나의 우드스톡, 나의 로큰롤 황금시대, 나의 LSD 모험, 나의 혁명이 시작되는구나."
이 책은 1984년 캘리포니아 북부 어딘가, 가상의 지역 바인랜드를 배경으로 합니다. 히피였던 조이드 휠러는 딸 프레리와 그곳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혁명을 꿈꾸는 급진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운동 집단의 일원이었던 조이드의 전처 프레네시는 딸인 프레디가 2살 되던 해에 동지들을 배반한 ‘협조자’로서 연방검사가 관리하는 증인보호 프로그램에 따라 종적을 감추고 마는데요. 어느 날 프레네시가 갑자기 검사 '브록'의 감시를 피해 아예 사라져버렸단 소식을 들으면서 조이드 부녀의 신변에도 위험한 일들이 생기고 맙니다. 바인랜드는 조이드의 전처인 프레네시 집안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히피들과 좌파들이 섞여 살아가는 기묘한 장소인데요. 종국에는 이곳을 떠났거나 떠나고 싶어했던 사람들이 다시 이 땅으로 모여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는 결말을 맞이합니다.
“아저씨들 세대의 근본적인 문제는, 혁명을 믿고, 그것을 위해 바로 목숨을 건다는 거예요.”
다만 프레네시가 바람을 맞으며 느꼈던, 변화할 세상에 대한 본능적인 설렘과 프레디의 시선은 현격히 대비됩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혁명은 꼭 대물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엄청난 대의가 있지 않아도, 개인에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순간들은 늘 있으니까요. 올라타야 할 파도가 있다면 침착하게 그 모양과 크기를 판단하시기를, 때를 놓치지 말고 올라타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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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Oasis - Don't look back in anger
최근 오아시스가 내한 콘서트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고등학생이었던 제게 시간을 되돌려 말해준다면 '절대 일어날 리 없다'고 했을 순간이었어요. 정말 부럽고, 신기하고, 또 벅차오른 순간이었는데요. 명곡이 너무 많지만 가장 유명한 이 곡을 여러분께 보냅니다.
TIP) 앨범 커버를 클릭하면 노래 감상이 가능한 유투브 링크로 연결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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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sis - Don't look back in anger
And so Sally can wait She knows it's too late As we're walking on by Her soul slides away But don't look back in anger I heard you 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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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EDBACK
벌써 연말을...준비하기엔 좀 이르지만!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유럽은 곳곳에서 크리스마스를 향한 시동을 부릉부릉 걸고 있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게 챙겨입으시길 바랍니다. 다음주도 웃으면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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