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5월 8일에는
매년 찾아오는 기념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막막한 느낌이 들게끔 하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5월 8일 어버이날이죠! 성인이 된 이후로는 부모님께 이 날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5월 초부터 굉장히 고민을 하곤 하는데요. 그 고민의 나날이 길어지다가 막상 어버이날 당일에는 별다른 것을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해도 수두룩했던 것 같습니다. 올해는 연휴를 맞아 본가에 내려가 함께 식사도 하고 꽤 오래 시간을 보내다 왔는데요, 항상 집에 갈 때마다 느껴지는 익숙함과 편안함, 그리고 오래 있으면 발생하는 사소한 갈등(?)까지. 아무리 오래 밖에 나가 살았다고 할지라도 여기서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감각 같은 것이 있습니다.
저는 굉장히 격동적인 성장기를 겪었는데요, 아주 갓난아기일 때는 너무 많이 울어서 가족들을 곤란하게 하다가, 이후 영유아 시절에는 아주 순하고 조용했다고 합니다.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럭저럭 착하게 지내다가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또 광란의 반항기를 겪기도 했는데요. 그때는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줄까! 하고 답답함이 더 컸다면, 조금 더 시간이 지나 그때의 저를 돌이켜보니 그저 '미X놈'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아무튼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그런 저를 감당하시고 감내해주신 부모님께 한번 더 존경과 경의를 표하면서, 제가 오늘 소개해드리고 싶은 영화 추천코너로 넘어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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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보이슬립스
영화 제목이 굉장히 독특한데요, 'Riceboy Sleeps'라는 제목은 이 영화의 감독, 앤소니 심 감독이 동명의 노래에서 감명을 받아 따왔습니다. 본인의 자전적인 내용도 일부 들어가 있는 이 영화는 엄마 '소영'과 아들 '동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9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미혼모가 낳은 아이의 출생신고가 불가능했는데요. 이미 살아있는 아이에게 이름을 붙여줄 수 없는 이 나라를 떠나 '소영'은 캐나다에서 삶의 터전을 꾸려나가기 시작합니다. 아무 연고도 없이 도착한 캐나다에서 '소영'과 '동현'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데요, 동현은 커가면서 도시락으로 쌀밥을 먹는다는 이유로 '라이스보이'라고 불립니다. 비록 엄마와 함께 살고 있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뿌리,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궁금함을 해결하지 못했던 동현은 점차 소영과 관계가 소원해지고 마는데요.
서로에 대한 애정은 증명할 필요도 없이 분명하지만, 그 애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에 놓인 이 가족을 보면서 저도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생각을 계속해서 연결지어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다시 영화로 돌아오자면! 이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만큼 동현에게 주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데요, 영화가 진행될수록 초점은 동현에서 소영으로 조금씩 이동하기도 합니다. 동현이 바라보는 소영이 아닌, 소영 그 자체로서의 인물로 말이죠. 동현이에게는 의지할 만한 '엄마'이자 '어른'이 있었다면, 사실 소영에게 의지할 인물은 동현이라는 아이뿐이었습니다. 보다 책임감과 막막함을 느꼈을 그 시절의 소영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영화는 두 모자의 애정을 확인하기 위한 단계로 넘어갑니다.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카피 문구로 '모든 게 낯선 곳, 서로가 유일했던 시간'이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이건 캐나다라는 낯선 타지에서의 소영과 동현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소위 '나도 부모(자식)가 처음이라...'라는 말을 곧잘 우스갯소리로 쓰기도 하는데요, 이런 것처럼 가족은 누구나 서로가 유일한 존재이자 동시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이렇게 정체성과 관련된, 그리고 이민자와 관련된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몇 년 전, 여러 큰 상을 수상했던 <미나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도 꼭 추천해드리고 싶군요!
영화에서도 많은 좋은 노래가 나옵니다만, 오늘은 제가 이 영화와 잘 어울리고 또 아침에 차분하게 듣기 좋은 노래를 하나 따로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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