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4일 11시 22분
사실 기뻤던 기억은 슬펐던 기억보다 조금 더 빨리 휘발되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이 날짜 이 시간을 잊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날짜며 시간이며, 기억하기 딱 좋게 만들어진 이 순간.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아마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확신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간절함이 모여 결국 4개월여만에 결과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여러 정치적 사안들에 제가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열성적이지 않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 순간 들었던 안도감이 생각보다 너무 커서 저 자신도 좀 놀랐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하루종일 기분이 아주 좋았더라죠. 기념으로 귀도 하나 더 뚫고, 친구와 맛있는 것을 먹으며 회포를 풀기도 했습니다. 몇 개월간의 일들을 지켜보고 그 동시대의 현장에 살아숨쉬면서 느낀 것은, 세상이 참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때로는 실망이 기대를 넘어서버려 귀와 눈을 닫고 그냥 코앞의 하루하루만을 보며 살아가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제 마음대로 되지 않더군요! 판도라의 상자 마지막에 남아있던 존재가 꼭 모습을 드러내 우리에게 또 살아갈 힘을 어떻게든 만들어주더라고요. 아무튼, 물론 이게 당연히 끝이 아니고 어쩌면 또 다른 시작점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그 동안의 우리에게 일종의 결실을 맺어준 것 같아서 아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영화에 대한 키워드와 영화에 대한 소개만 적으려던 이 뉴스레터가 70여 개를 넘어가면서, 이렇게 저에 대한 이야기도,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 영화라는 것이 우리의 이야기이자 우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인 만큼 필연적으로 이렇게 되었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이런 시점에 또 마침 추천하기 딱 좋은 영화를 한 편 보게 되어 여러분께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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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휘감은 건 책임감 - <콘클라베>
몇 개월 간 정말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바로 "내가 뽑지 않은"이었는데요. 적은 득표차로 당선이 되었던 만큼, 이번 대통령(이제는 아닌)과 관련해서 자신이 뽑지 않았음에 억울해하는 사람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는 너무 당연한 감정이지만,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우리 모두가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이겠죠. 투표권이 없었던 어린 나이에는 그 수많은 표 중에 내 한 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와닿지 않았었는데요, 이제는 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모두의 책임감을 홀로 떠안은 누군가가 있습니다.
바로 <콘클라베>의 주인공입니다! '콘클라베'란, 교황을 뽑은 선거 제도를 라틴어로 이르는 말로, '열쇠로 문을 잠그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교황을 뽑는 선거 기간 동안 투표권을 지닌 추기경들은 바티칸에 모여 외부와의 어떤 소통도 차단된 채 선거에만 집중을 해야 하는데요, 바로 이 콘클라베 기간에 이 선거를 책임지고 진행해야 했던 단장 '로렌스'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지도자, 그리고 그 지도자를 뽑는 것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이 영화가 마침 이 시국 속에 개봉되었다는 것이 운명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그 주목도와 중요도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인데요. 그런 선거가 무사히, 그리고 이른바 '올바른' 교황이 뽑히게끔 하기 위해 '로렌스'는 갖은 노력을 다합니다. 종교의 지도자가 주는 이미지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아주 엄숙하고 성스러울 것만 같았던 콘클라베는 예상과는 다른 면면들을 많이 보여줍니다. '할아버지들의 해묵은 욕망'이 여실히 드러나는 그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갈등들이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특히 사운드와 색감이 아주 강렬해서 저는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덧붙여서, 제가 가톨릭과 관련하여 아주 어릴 적부터 생각해왔던 문제, '여성'에 대한 문제도 논의의 장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부분이 인상 깊기도 했습니다. 최근 가톨릭에서도 이와 관련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는 중인데요, 이 영화에서도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났던 것 같아요. 과연... 콘클라베의 결말, 어떤 교황이 선출되었을까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과연 영화 속에서도 우리는 판도라와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요? 아직 극장에 걸려 있는 곳들이 있으니 여러분도 이참에 도전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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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이랑 - 삶과 잠과 언니와 나
거리에서 자주 들었던 가수 이랑,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의 노래 하나를 소개해드립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많이 울었던 게 생각이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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