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끄럽고 쑥쓰러운
저는 최근 저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뤘습니다. 바로 제가 찍은 사진들로 엽서집을 내는 거였는데요,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만 해오던 것을 드디어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사실 제 엽서집을 산 사람들 가운데 거의 99%가 제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에 편지를 써보기로 했는데요. 몇십 장의 편지를 쓰는 내내 첫 줄은 거의 부끄럽고 쑥쓰럽다는 말을 썼던 것 같습니다.
편지라는 건 참 독특하고 소중한 것 같아요. 처음에 '~에게'라고 쓸 때까지만 해도 무슨 말을 써야 할 지 잘 감이 안 잡히곤 하는데, 쓰다보면 어느새 편지지가 부족하다고 생각될 만큼 가득 써내려가곤 하죠. 의도치 않았던 감정들과 말들이 가득 쏟아지는 것을 보면 때때로 놀랍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들을 가지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이건 일기랑도 비슷한데요. 일기는 저에 대한 몰랐던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면, 편지는 그 수취인에 대한 저의 생각과 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요!
고등학교 때는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느라, 쪽지나 공책들을 찢어 주변 친구들에게 쪽지를 써서 던지며 놀기도 했는데요. 그 때 받았던 여러 편지들과 쪽지들을 지금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습니다. 앨범에 넣어두고 생각날 때 가끔 들춰보면, 어떤 편지는 그때 그 순간이 선명하게 생각나기도 하고, 어떤 편지들은 이런 편지들이 있었네 싶어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그저 글자들을 몇 자 써놓은 작은 종이 쪼가리가 이렇게 저에게 커다랗게 다가온다니, 정말 가성비가 좋은(?) 아이 아닌가요!
요새는 카톡이나 전화도 너무 간편하다보니, 편지를 쓰는 일이 더더욱 없어지는 느낌입니다. 특히 손편지를 말이죠. 하지만 저도 오랜만에 편지를 쓰다보니 조금 부끄럽고 쑥쓰러운 마음도 들지만, 동시에 재밌고 기쁘더라고요! 여러분도 이번 기회에 누군가에게 편지를 한번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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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2025, 현재의 2025
하지만 모든 편지가 이렇게 진심 가득으로 쓰여지는 것은 아니겠죠! 최근 저는 일을 하면서 비즈니스 메일이라는 것을 왕창 써내고 있는데요. 쓸 때의 저의 얼굴을 거울로 바라본다면 아마 영혼이 0.1g도 담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주 매끄럽게 감사하다, 죄송하다 뭐 이런 말들을 곧잘 써내곤 합니다.
그런데, 진심을 가득담아야 할 편지를 대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영화에) 있습니다. 바로 영화 <HER>에 나오는 주인공 테오드르입니다. 제가 이전에 이 영화를 한번 소개한 적이 있던가요? 왠지 이 레터메일에 쓰는 게 익숙한 느낌입니다만,,, 아무튼 테오도르는 사람들이 기념일마다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을 때는 고등학생이었는데요. 컴퓨터와 AI가 등장하는 영화임에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서로 편지를 주고받고, 그리고 그걸 대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것에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는데요. 이 영화가 설정하고 있는 시간이 2025년, 즉 먼 미래로 상정했던 그 해가 올해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더 충격적인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속에서 굉장히 낯설었던 사만다와 테오도르의 교류, AI와의 대화 등이 사실 지금 꽤 일상화되었다는 생각을 하면, 이 영화가 어떤 계시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무감하게 여러 감정을 가득 담은 편지를 써내리던 주인공 테오도르의 이야기,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도전하고 싶으신 분들 또한 이 영화 속 시간이 2025년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고, 그때의 영화가 지금의 우리에게 보내는 일종의 편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인생영화'를 꼽으라고 할 때, 저는 매번 순위가 바뀌는 느낌이 듭니다만. 변함없이 계속 언급하는 두 영화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월플라워>라는 영화인데요. 고등학교 때 저는 이 영화를 거의 50번 정도는 본 것 같습니다. 그냥 할일이 없으면 다운 받아놨던 이 영화를 그냥 일상의 백그라운드로 재생해뒀어요. 그만큼 정말 애정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찰리는 계속해서 편지를 쓰고, 영화에서는 편지의 내용을 보이스 오버로 전달해주곤 합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제가 너무 할말이 많아서 더욱 말을 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언젠가 한번 또 소개해드릴 일이 있겠지라는 생각에 제가 좋아하는 마지막 장면의 대사만 언급하고자 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찰리는 계속해서 편지를 쓰던 대상에게 마지막 편지임을 암시하며 편지를 하나 더 씁니다. 그 대사를 옮겨써보고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편지를 쓸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어.
사람들과 어울리느라 바쁠 거 같아서 말이야.
아마 마지막 편지가 될테니까 솔직히 말할게.
나 고등학교 입학 전에 병원에 있었어. 그리고 네가 날 많이 도와줬지.
내가 하는 말들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네가 날 외롭지 않게 해줬어.
그런 것들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
16살에서 17살이 되는 기분을 잊은 사람들 말이야.
이 모든 이야기가 언젠가 이야기(추억)가 되고,
우리의 사진들도 언젠가 낡은 기념품이 되고 모두 누군가의 엄마나 아빠가 되겠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추억이 아니야. 살아있는 순간이야.
나는 여기 있고, 그녀를 보고 있어. 그녀는 너무 아름다워.
이제 알겠어. 내가 비참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는 그 순간, 살아있는 거야.
일어서서 건물의 불빛들과 놀라운 풍경들을 바라보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노래를 들으며 드라이브를 할 때.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무한한 자유를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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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David Bowie - Heroes
<월플라워>의 마지막 장면, 드라이브 속 그 노래를 들려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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