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징징의 인사말"
이제 목련, 벚꽃, 산수유의 시기가 지나고 철쭉의 시기가 왔습니다. 완연한 초록빛 사이로 보이는 선명한 철쭉이 계속 눈을 잡아끄는 요즘인데요,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무엇인가요? 저는 초록색을 가장 좋아합니다! 사실 매번 좋아하는 색이 바뀌긴 하지만 최근 몇 년은 일심단편 초록이었던 것 같군요! 어디에 눈을 돌려도 시원해지는 이 초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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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의 동의어
저는 주말에 'H'로 시작하는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요, 봄을 맞아 신메뉴로 '행운이 쑥쑥 라떼'라는 것이 나왔습니다! 엄청나게 강렬한 향의 쑥 파우더가 들어가는 이 라떼는 맨 마지막에 진짜 '네잎클로버'가 살포시 올라갑니다. 사실 만드는 방법이 좀 까다로운 편이라 주문이 들어오면 한숨부터 내쉬긴 하지만, 살살 네잎클로버를 올리는 마지막 순간만큼은 조금 신이 납니다. 어릴 때는 아파트 단지 화단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네잎클로버를 몇 시간동안 찾아 헤매곤 했는데요, 그러다 하나 발견하면 너무 소중해 꼭 두꺼운 책 사이에 끼워놓았죠. 하지만 기억력이 좋지 않았던(사실 지금도) 과거의 어린 나,, 며칠 지나지 않아 까먹고 새로운 네잎클로버를 찾아 모험을 떠났죠.. 몇 년이 지나 우연히 책을 들췄을 때 툭 떨어지는 네잎클로버를 발견하면, 진짜 행운을 맞은 것처럼 행복해지곤 했습니다. 아무튼 네잎클로버뿐만 아니라 초록색은 저에게 항상 싱그럽고 활발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기에 한여름이 오기 직전인 요즘의 나날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어디에 시선을 두어도 푸릇푸릇한 풍경이 만족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최근에는 공부가 잘 되지 않아 아침 산책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풀냄새 가득한 거리 사이로 따릉이를 타고 달리니 정말 신이 나서 웃음이 실실 나오더라고요! 특히 녹색은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에서 가장 잘보이는 색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더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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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순적인
'초록색'할 때 '록'(녹)은 綠로, 원래는 '생기 있는', '윤기가 나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고 이후 우리가 알고 있는 초록색의 이미지가 부여되었다고 합니다. 영어의 'green' 또한 '자라다 grow'와 뿌리를 같이 하고 있는데요, 그렇기에 초록색은 언제나 생명과 직결되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유럽에서는 이 초록색이 생명과 반대되는 '죽음'을 의미하기도 했는데요, 그것은 바로 '비소'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약에 쓰이는 성분이기도 했던 이 비소가 녹색 염료를 만드는 주성분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화학자에 의해 고안된 이 염료는 화학자 본인의 이름을 따 '셸레 그린'(Scheelegrün)이라고 불렸고, 당시 녹색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기에 이 안료는 굉장히 큰 인기를 끌게 되었죠. 그래서 당시 옷,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이 셸레 그린이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성분이 비소이기 때문에 이후 사용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고 그로 인해 죽음, 위험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죠. 그래서 서양권의 영화를 보면 독극물질에 초록색, 특히 형광의 초록색을 쓰는 걸 자주 볼 수 있고 외계인이나 마녀의 스프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공포를 상징하는 것들에도 초록색이 자주 쓰이게 되었죠. 생명과 죽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초록색, 뭔가 더 신비롭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이건 조금 다른 말이긴 하지만, 저는 아주 울창하고 거대한 숲이나 산에서는 어떤 경외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럴 때 다가오는 초록색은 생명력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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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과 청춘
여러분은 '초록'하면 어떤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도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가는 영화들이 꽤 있긴 하지만 그 중 가장 선명하게 반짝 떠오르는 영화는 지금 딱 한 개 있군요! 오늘 제가 소개해드리고 싶은 영화는 <남색대문>이라는 대만의 영화입니다. 우리에게 꽤나 익숙한 '계륜미'와 '진백림' 배우가 나오는데요, 이 영화를 계기로 이 두 배우는 이른바 베스트프렌드의 관계를 맺게 되었고, 최근까지도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모습들이 자주 보이곤 합니다. 2000년대 초반의 이 영화. 벌써 20년도 더 된 영화네요, 그래서 그런지 화면의 거친 필름 색감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제가 그 시절 대만에서 살았던 것도 아닌데 말이죠!
"대만 청춘 영화의 마스터피스"라는 홍보문구와 함께 두 배우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포스터는 온통 초록색입니다. "이 어둠이 지나고 나면 내 마음이 선명해질까?"라는 대사가 중앙에 박혀 있는 이 포스터를 보고 있자면, 뭔가 가볍고 산뜻한 로맨스 영화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느낌에 속아서 보기 시작했다가는 헤어나올 수 없는 엄청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의 학창시절이 그렇겠지만요, 저의 학창시절 또한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아무에게나 털어놓고 싶은 수많은 비밀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나'가 가득했던 시기이기도 했죠. 쉽게 흔들리는 와중에 느닷없이 오는 성장통은 때로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복잡하고 오묘하게 뒤섞이는 감정들을 영화는 이른바 '남색대문'으로 그려내고 있는데요, 풀벌레 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들리는 것만 같은 이 특별한 계절에, '멍커로우'(계륜미)와 '장시하오'(진백림)가 자전거로 생기있는 초록들을 가르는 것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저 또한 스크린이라는 남색 대문을 넘어 이들과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 '남색 대문'은 여러 의미를 담을 수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지나가는 것 passing'입니다. 어떻게든 남색대문을 넘어가면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하는 그런 뜻으로 말이죠. 조금의 스포를 하자면, 제가 여기서 언급한 두 배우가 로맨틱한 관계로 얽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종의 '정체성'에 관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사실 모든 영화에서 스토리 이외에도 좋은 점을 하나쯤은 무조건 찾아내려고 하는 버릇이 있는데요, 이 영화는 색감과 ost가 정말 근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금 늦은 어두운 저녁에 창문을 살짝 열어두고 이 영화를 보신다면, 새로운 초록의 분위기를 느끼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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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러브홀릭 - 차라의 숲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노래를 꼽으라면, 저는 아마 이 노래일 것입니다. 어릴 때 가지고 다니던 MP3에서 이 노래가 빠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이 노래를 반복재생해놓고 한때 여러 상상(망상)의 나래를 펼치며 판타지 소설을 읽곤 했죠,,, 여러분이 '초록'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무엇인지 궁금하군요!
TIP) 앨범 커버를 클릭하면 노래 감상이 가능한 유투브 링크로 연결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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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홀릭 - 차라의 숲
지구 어딘가의 모퉁이 나의 별이 있는 곳 푸른 새벽의 노래처럼 고요한 소원의 길 지친 마음 가득 베인 상처와 시린 눈물 달래줄 그 곳 손을 내밀어준 바람을 따라 달의 날개를 펴 꿈속을 날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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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초마의 인사말"
안녕하세요. DJ징징의 제안으로 빠르게 선택된 이번 주 주제는 '초록'입니다. 아무래도 계절이 계절이다보니 그럴까요? 창밖으로 눈만 돌리면 초록빛이 일렁이니까요. 저는 오늘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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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녹음(綠陰)의 계절
요즘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여러분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나무들은 어떤 종류인가요? 오은 시인은 그의 SNS에서 여름을 두고 "숲의 생장점이 일제히 열리는 계절"이라고 칭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은 여름이 왔다!고 외칠 만큼 더위가 극성인 시점은 아닙니다만, 나무들이 더욱 울창하고 푸릇한 빛을 내뿜는 때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저는 낯선 나라나 도시를 방문할 때 그곳에 있는 가로수를 보는 일을 좋아하는데요. 길가에 있는 나무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 그곳의 기후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잘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와이에 갔을 때 본 반얀 나무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반얀 나무는 사방으로 뻗은 나뭇잎들 아래로 줄기가 여러 갈래로 길게 늘어져있는 형태입니다. 축 쳐진 줄기들은 바닥에 닿으면 또 그대로 뿌리가 되어 번식하는 강한 생명력을 가졌죠. 뱅골 보리수나무라고도 불리는 이 반얀 나무들이 길을 따라 늘어선 반얀 드라이브를 달리다 보면, 이곳이 정말 이국적인 풍경을 가졌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이렇듯 각자의 자리에서 오래 생장해 온 나무들은 뿌리내린 곳의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더라고요! 오늘도, 내일도, 또 모레와 그 이후로도 말이죠. 수십 수백년을 견뎌 단단해진 밑동을 보면 어딘가 든든한 마음이 드는 것도 그래서인가 봅니다. 언제 다시 그곳을 찾아도 변치 않는 모습으로 반겨줄 것 같아서요.
🌳올리밴더와 길고 긴 나무의 삶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길고 긴 나무의 삶>입니다. 이 책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요. 목차부터도 그 챕터에서 다룰 나무의 이름으로 되어 있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나무에 얽힌 신화나 역사적 배경 같은 것들을 덧붙인 저자의 말들이 아주 흥미롭거든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나무들이 많이 등장해서 더욱 그렇답니다. 그중에서도 제 눈을 사로잡았던 대표적인 이야기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마가목
혹시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책 전권을 N회차 정주행할 정도로 시리즈의 열렬한 '포터 헤드'(해리포터 시리즈의 팬덤명)입니다. 해리포터 이야기 내에서 마법학교인 호그와트에 등교하기 위한 필수 준비물이 있는데요. 바로 '지팡이'입니다! 이 지팡이가 무슨 나무로 만들어졌냐가 지팡이의 특성을 가르기도 하고 주인과의 궁합을 결정하기도 하죠. 해리포터 세계관 속에서 가장 유명한 지팡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올리밴더씨의 말에 따르면, 허공에 지팡이를 휘둘러보는 것이 자신과 지팡이 간의 궁합을 알 수 있는 첫번째 점검 방법이라고 하네요.
<길고 긴 나무의 삶>에서도 마가목은 지팡이 재료로 자주 쓰였다는 서술이 등장합니다.
"마가목이 사람들을 보호해준다는 믿음 때문에 마가목은 요람과 지팡이 재료로도 자주 쓰였다. 가족 중 가장 힘없는 구성원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려는 마음에서다. "라는 대목입니다. 흥미롭게도 포터 모어에서도 마가목에 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데, 마가목이 다른 목재들보다 보호하는 성향이 더욱 강하다는 평판 때문에 지팡이 재료로 선호됐다고 적혀 있습니다. 마가목 지팡이로 건 모든 방식의 보호 방법은 특별히 강력하고 깨지기 어렵다고. 또한 다른 지팡이들과의 전투에서도 멋진 활약을 펼치는 목재라고 말이죠. 다른 목재들보다 누군가를 강력히, 잘 보호해준다는 믿음 때문에 요람이나 지팡이에 자주 쓰이곤 했다니. 어쩌면 그 믿음 자체가 그 어떤 보호 마법보다도 다정하게 인류사에 오랜 세월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2) 사과나무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하와(이브)의 이야기를 아시나요? 에덴 동산에서 지내던 둘은 별 탈 없이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나타난 뱀(사탄)의 꾐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기 전까지는요. 실제 성경에 사과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성경 속 최초의 죄악을 상징하는 선악과를 서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사과로 묘사하곤 했습니다.
<길고 긴 나무의 삶> 에서는 그에 조금 다른 해석을 덧붙였는데요. 그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함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사과나무는 처음과 유년기, 에덴 동산을 의미하지만 계몽과 경험, 미래를 뜻하기도 한다. 사과가 인간의 불운에 대한 비난을 종종 짊어질지라도 사과나는 계속 자라고, 우리에게 새 출발을 선사하는 비길 데 없는 능력을 지녔다"라는 대목입니다. 포터 모어에서도 사과나무 지팡이는 고귀한 목표와 이상을 가진 주인이 사용하면 잘 맞는다는 추천사가 등장합니다.
우리가 사과나무하면 떠올리는 유명한 문장들 중에 대표적으로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것과 마찬가지로 멈추지 않고 계속 자라나는 모습이 여러모로 큰 용기와 영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비단 사과나무가 아니라 제가 책 속에서 만나본 대부분의 나무들이 그랬습니다. 역시 자연의 이치 또한 꺾여도 계속 성장하는 자세와 태도가 아닌지 감히 생각해보며... 새로이 시작하는 한주도 화이팅입니다!
🎵오늘의 노래: SHINee - 초록비
원래는 다른 곡을 추천할 생각이었으나, 주제를 듣고는 이 노래가 바로 생각이 났습니다! 곡의 가사나 멜로디가 밝고 청명해서 활기를 찾고 싶으신 날 듣기 좋은 곡이에요.
TIP) 앨범 커버를 클릭하면 노래 감상이 가능한 유투브 링크로 연결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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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ee - 초록비
막 쏟아지는 초록비 속에 우린 더 싱그러워져 늘 아이 같던 철없기만 했던 내가 더 커버린 건 나를 믿어준 네 눈빛 하나 한 번의 미소 그걸로 충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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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EDBACK
이번 호 제목을 보고 색 번호임을 바로 알아챈 당신!
[방구석 DJ 특별기획-팬톤 컬러 시리즈]를 읽을 자격이 충분하십니다😆
앞으로도 종종 '색'을 테마로 여러 이야기들을 싣게 될 팬톤 컬러 시리즈 🌈
다음 컬러 시리즈도 더욱 반갑게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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