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외적인 존재
이번 호는 요즘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 인외 붐에서 시작됐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위에서 징징이 설명을 해줬으므로 대신합니다. 얼굴 대신 특정한 사물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오브젝트 헤드'를 비롯한 인외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웹소설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에 등장하는 브라운도 TV가 얼굴인 인외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인간 외 존재는 영화나 책에서 꽤 자주 등장했는데요. 내가 그런 이야기를 접했나? 싶지만 분명 만나보신 적 있을 거예요. 몬스터 주식회사의 마이크나 설리번도 인외이고, 마녀와 야수의 야수 또한 인외에 해당합니다.
인간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이들은 미스터리함과 신비로운 매력을 갖는데요. 이 때문에 소설에서도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인외 인물들이 등장한답니다. 오늘 소개할 소설은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지만,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어떤 물질의 사랑>에서도 인간이 아닌 존재가 등장해요. 표제작에 등장하는 '라현'은 배꼽이 없는 존재로 알에서 태어났습니다. 또한 생식기가 없어 주변인들과는 좀 다른 몸을 갖고 살아가는데요.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라현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성별로 변화합니다. 남자를 좋아하면 남자가 되고, 여자를 좋아하면 여자가 되었죠. 남성적이다, 혹은 여성적이다 라는 어떠한 정의에도 갖히지 않고 라현은 자라납니다. 그러다 '라오'를 만나는데요. 햇살을 받으면 온몸이 반짝이는 라오. 라오는 비늘을 가진 존재입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특이한 존재들이 많이 등장하는구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가 서로를 잘 알게 되기 전엔 서로에게 매우 낯선 존재잖아요. 마치 외계인을 만나는 것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다름을 존중하는 것부터 관계 맺음은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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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사는 쪽이 불리했다. 언제나.
오늘 소개할 책은 이 문장으로 처음 접하신 분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천선란 작가님의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예요. 한 줄 요약을 해보자면 '간호사 주인공과 뱀파이어의 만남' 인데요. 간호사는 피와 매우 근접한 근무환경을 갖고 있잖아요. 때문에 이것만 읽어도 위험하고 매력적인 만남이란 생각이 드실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뱀파이어는 제가 사랑했던 'X'와도 연결됩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처음 한국에 정식 발매되던 때, 표지 속 삽화로 그려진 에드워드가 제 취향을 저격했거든요. 그때부터 뱀파이어란 존재는 저에게 굉장히 매혹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에 나오는 뱀파이어 '울란'은 이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환경에 놓여서, 생존을 위해 인간의 피를 갈구하는 존재입니다. 에드워드나 벨라 보다는 (벨라는 원래 인간이었지만) 인간에 가까운 존재라고나 할까요. 이야기는 인천의 철거 예상 지역에 있는 철마요양병원에서 잇따른 환자들의 투신 자살 사건이 벌어지며 시작됩니다. 단순히 외로움이 사인이라기엔 환자들의 죽음은 수상하고 미심쩍은 데가 있었죠. 추적에 나선 형사 '수연'은 환자들에게서 출혈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이 사건을 더 깊이 파헤치려 할 때, '완다'가 나타나 이 사건이 뱀파이어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려주죠. 수연은 처음엔 완다의 말을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생각하며 믿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진실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수록, 결국 이 사건의 배후에 인간 외적인 존재-뱀파이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뱀파이어는 원래 인간종을 해치지 않기로 협약을 맺고, 서로의 영역을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울란'처럼 이 협약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어 인간이 희생양이 된 것이죠.
한편 철마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난주'는 한평생을 가족들에게 이용당하며 살았습니다. 기계처럼 돈을 벌어주는 동안 마음까지 많이 피폐해진 상태에서 그는 '울란'을 만납니다. 외모도 매혹적일 뿐더러, 인간의 외로움을 이용할 준비가 된 뱀파이어를요. 게다가 만남의 장소가 병원이니 둘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기브 앤 테이크'가 명확한 상황이었는데요. 과연 이 둘의 만남은 어떤 결과를 맺을까요? 결말까지 다 말해버리기엔 아쉬운 책이라 여기까지 읽고 흥미가 동하셨다면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무엇보다도 결국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 제가 좋아했던 문장들도 같이 가져왔습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머물지 않는다. 사랑은 익숙함이 되고, 배신이 되고, 그리움이 되고, 원한이 되고, 편안함이 되고, 증오가 되고, 버팀목이 되고, 파괴자가 된다. 사랑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단어의 개수만큼 그 모습을 바꿀 수 있다. 억압과 자유, 진실과 왜곡, 숭배와 혐오. 이 모든 걸 전부 끌어안는 것이 사랑 그 자체다. 사랑은 사랑이라 혐오마저도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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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잘 어울리는 잔잔한 곡을 추천드립니다. 밤산책하며 자주 듣고 있는데 마음이 차분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