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색 하늘은 평범해
안녕하세요 여러분. 한 주 잘 보내셨는지요? 지난 주 개인 사정으로 여러분께 편지를 못 보냈더니 굉장히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 기분입니다. 징징의 말대로, 이번 호는 제가 최근에 영국에 다녀오면서 본 회색 하늘을 떠올리다가 팬톤 컬러 시리즈로 인사 드려요. 이 시리즈도 오랜만인데 부디 잊지 않아주셨기를! 런던은 약 9개월만이었는데요. 사람이 참 적응의 동물인 게, 우측통행을 하는 곳에서 좌측통행을 하는 곳으로 가니 사람들과 코너를 돌 때마다 마주치더라구요. 처음엔 왜 째려보시는 지도 몰랐는데요. 언더그라운드 (런던의 지하철) 를 타러 계단을 내려가는 길에 'KEEP LEFT'가 써있는 것을 보고 그제야 '아차!' 했답니다. 독일은 대중교통을 탈 때 교통카드를 찍고 타지 않는데, 런던은 한국처럼 카드를 찍고 타기 때문에 개찰구 앞에서 좀 허둥대기도 했어요.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런 것들을 까먹었나 싶어 웃음이 났답니다.
제가 머무는 동안 런던은 언제나처럼 흐린 날씨였는데요. 회색 하늘이 트레이드마크다 보니, 아쉽다는 생각보단 이게 오히려 '영국 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48시간의 짧은 출장이었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 회색 무드랄까, 분위기를 담은 작품을 여러분과도 얘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어떤 작품을 소개할까 고민하다 고른 것은 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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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하게 사랑하기
회색을 골랐으니 우울한 이야기를 해야지, 하는 것은 편견입니다만 저도 아직 열린 사고를 하기엔 부족한가 봅니다. 이윤설 시인의 당선 소감에서 이런 말을 빌려 읽었습니다. "사람의 은유는 신에게서 배워 사람만이 읽을 수 있도록 주어진 것. 그래서 그는 신의 은유로써 살아가고 신의 품에서 죽어가는 것이다. 신이 그를 버리지 못하고 울 때이다." 사람의 은유는 신에게서 배운 것이지만, 오직 사람만이 읽을 수 있도록 주어진 것이므로 우리는 시를 읽으며 많은 것을 느끼는 게 아닐까요?
솔직한 고백을 해보자면 저는 특히나 우중충한 분위기의 시를 읽을 때 그렇습니다. 그 안에 재기발랄한 유머가 있을 때는 더더욱이요. 좋은 글은 덤덤하거나, 외려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날 것 같은 미묘한 감정을 독자에게 남기고 제 갈길을 가버리는 것 같습니다. 휙 떠나버린 뒷모습이 계속 기억에 남아 같은 글을 읽고 또 읽도록이요. 그래서인가. 회색과 그 색이 가진 분위기를 곱씹다보니 차도하 시인의 <침착하게 사랑하기>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등단작인 이 시를 두고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시인의 삶을 넌지시 생각할 때마다, 남겨진 은유는 사람만이 꺼내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몸에 든 멍을 신앙으로 설명하기 위해
신은 내 손을 잡고 강변을 걸었다 내가 물비린내를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빛과 함께 내려올 천사에 대해,
천사가 지을 미소에 대해 신이 너무 상세히 설명해주었으므로 나는 그것을 이미 본 것 같았다
반대편에서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걸어왔다
저를 저렇게 사랑하세요? 내가 묻자 신은, 자신은 모든 만물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저만 사랑하는 거 아니시잖아요 아닌데 왜 이러세요 내가 소리치자
저분들 싸우나봐, 지나쳤던 연인들이 소곤거렸다
신은 침착하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는 신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강을 보고 걷는다
강에 어둠이 내려앉는 것을, 강이 무거운 천처럼 바뀌는 것을 본다
그것을 두르고 맞으면 아프지만 멍들지는 않는다
신의 목소리가 멎었다 원래 없었던 것처럼
연인들의 걸음이 멀어지자 그는 손을 빼내어 나를 세게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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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되었으니 이 노래를 꺼내듣지 않을 수 없어요. 오래된 곡이지만 들을 때마다 색다른 느낌을 준답니다. 자기 전 하루를 정리하면서 듣기 좋은 조용한 곡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