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을 맞이하는 방법
조금 늦었긴 하지만, 모두들 2025년을 잘 마무리하셨는지요? 저는 꽤나 정신없었던 25년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12월 31일에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캠핑을 함께 간 친구와 제가 간과한 것이 있었는데요, 바로 한파였습니다!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는 우리집도 추운 마당에, 바람이 휑휑 부는 이 텐트 속에서 자야 한다니,,, 너무 추워서 요리를 해먹으려고 해도 버너 위에 올려둔 물은 잘 끓지도 않고, 물은 조금만 밖에 내다두어도 꽁꽁 얼며 맥주마저 얼어서 폭파해버리는,,, 1분이라도 불 곁을 떠나 있으면 손발이 없어지는 듯한 이 추위! 12월 중 가장 추운 날이었던 것만 같은 날씨 속에서 오들오들 떨면서도, 캠핑의 낭만을 지키고자 불꽃놀이도 하고 마시멜로도 구워먹고 해도 보고 왔습니다. 애초에 거창한 계획이 없기도 했지만, 그 몇 되지 않는 계획마저 뒤틀리고 사라지는 여행. 그럼에도 2026년을 새롭고 즐겁게 맞이하기 위해 떠났던 이 여행은 저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음에도 즐거울 수 있는 몇 안되는 것들 중 하나인 여행. 여러분은 올해의 여행을 어떻게 계획하고 계신가요? 저는 아직 학교에 몸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2월까지는 연말처럼 느끼는 편입니다. 마지막 겨울방학을 잘 보내고 싶은 마음에 이번주에는 또 새로운 여행을 떠날 예정인데요, 아무쪼록 이번에도 계획과는 다르지만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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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최근 '여행'과 관련된 영화를 한 편 보고 왔습니다. 제목에도 여행이 들어가는데요, 바로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입니다. 심은경 배우가 주연인 이 영화이 포스터는 아주 하얀 설원에 주인공이 홀로 서 있는데요, 겨울 영화로 딱일 것 같아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심은경이 연기한 주인공 '이'는 각본가로, 영화의 초반부 '이'는 연필로 꾹꾹 한 자씩 눌러가며 S#1을 씁니다.
여름 바닷가. 자동차가 1대 세워져 있고, 뒷자석에 여자가 잠을 깬다.
이 문장을 적는 순간, 제게 익숙한 파도 소리가 들리고, 마치 제가 그 씬에 들어와있는 것처럼 바닷가의 자동차, 그리고 그 뒷자석에서 한 여자가 잠을 자고 있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뜨겁고도 맑은 여름의 날씨가 잘 느껴지던 장면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큰 폭풍우를 맞습니다. 맑고 푸르던 파도가 검게 치솟는 파도로 변하며 밀려오던 와중에 문득 각본가 '이'가 자리에 앉아 이 영화를 바라보는 모습이 비춰집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각본을 쓰던 '이'의 시나리오에 들어와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영화 속 영화임을 깨닫게 되었을 때 일종의 충격과 놀라움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까지는 조금 무료하게 생각했던 이 영화에 대해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영화 속 영화의 계절이 여름이었다면, 우리에겐 아직 영화이지만 주인공 '이'에게는 현실일 세계의 지금은 겨울입니다. 일련의 사고로 인해, 마치 본인의 시나리오 속 인물처럼 '이'는 여행을 떠납니다. 완전한 무계획으로 떠난 것 같은 '이'는 묵을 곳이 없어 숙소를 찾아 전전하던 와중에 산 깊숙이 있는 아주 오래된 여관에서 묵게 되고, 여관 주인과 함께 여러 일들을 겪게 됩니다. 처음에는 긴장과 피곤함으로 점철되어 있던 '이'는 이윽고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일들을 겪게 되며, 조금씩 활력을 되찾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은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와야만 하는 일입니다. 만일 되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이제는 또 다른 일상이라 불리게 될 일이죠. 그렇기에 '이' 또한 지금 여기서 겪은 일들이 그 무엇이었든 간에 하루에 2번밖에 오지 않는 기차를 타고 되돌아오기로 결심합니다. 더 이상 각본을 쓸 수가 없을 것만 같았던 여행 전의 '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고향을 떠난 뒤 매일매일이 나에게는 여행 같았다." 일상을 일상이라고 느끼지 못했던 '이'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계획하지 않았던 새로운 곳에서 모든 것들이 미묘하게 어긋나는 경험을 한 뒤 자신이 이제껏 여행같다고 느꼈던, 자신의 일상으로 되돌아갑니다. 푹푹 꺼질만큼 높게 쌓인 눈 사이를 걸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의 뒷모습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다가옵니다. 물론 아직 비슷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에게 있어서 자신의 매일매일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될 것만 같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간혹 느끼게 됩니다. 이 다음 씬에서는 어떤 장면이 등장할 것만 같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지. 잔잔하고 말수가 적은 이 영화는 그런 예감들을 조금씩 비켜갑니다. 그 미묘한 지점들이 이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영화는 굉장히 감각적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쇼트 하나하나마다 잘 만들어진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저는 '이'가 여행을 떠날 때 시작하는 기차 쇼트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요, 어두운 터널을 지나 하얀 설국의 장면을 맞이할 때, 제가 가지고 있던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던 느낌을 정말 잘 표현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은 극장에 앉아 2시간 동안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오는 경험도 결국에는 잠시 일상의 공간을 떠나있다가 돌아오는, 여행의 한 종류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도 이번주, 극장으로 여행을 한 편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 영화의 프로모션 중 하나로, 콜라보 뮤직비디오가 하나 나왔는데요. 그 노래를 여러분께 들려드립니다! (+ 콜라보 뮤비는 영화 장면들로 만들어졌는데요, 그 중 제가 언급했던 몇 장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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