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극장은 아주 사람들로 꽉 찼고 왠지 모르게 활기가 넘쳤습니다. 아무래도 이 영화가 '토킹헤즈'의 무대를 담은 영화이기 때문이겠죠! 영화가 시작하고 데이비드 번이 홀로 기타를 맨 채 등장하자 곳곳에서 열광적인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스크린 너머가 아닌, 바로 제 앞 뒤에서요! 싱어롱 상영회도 아닌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처음엔 어색하고 조금 낯선 느낌을 받았지만, 이윽고 무대가 시작되자 이 또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영화는 마치 연극무대 같았습니다. 처음 데이비드 번이 아주 유명한 노래 '사이코 킬러'를 열창한 뒤, 멤버들이 무대마다 한 명씩 추가되었죠. 아무것도 없던 단출한 무대가 가득 차고 이윽고 벌어지는 무대들은 극장의 의자들이 모두 들썩거리며 춤을 추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거대한 슈트를 입은 데이비드 번이 등장하는 장면이나, 멤버들이 함께 무척이나 특이한 춤을 절도있게 추는 장면에서는 아주 열광적인 환호성들이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곤 했습니다. (나중에 영화가 끝난 뒤 받은 잡지를 살펴보니, 이러한 춤은 일본의 연극 영향을 받은 것도 같더군요!)
몇 년 전, '퀸'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아주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는데요. 거기서도 우리가 아는 다수의 무대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그때의 퀸은 배우들이 재연을 했으며, 무대 이외의 퀸의 여러 모습들을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들이 삽입되어 있었죠. 하지만 이 <스탑 메이킹 센스>는 제작 당시 오직 '토킹 헤즈'의 실험적인 무대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열광하는 청중들의 모습도 거의 비추지 않은 채 오로지 무대만을 보여주며 80여 분을 이끌어갑니다. 호흡이 굉장히 빠르기에 점점 기분이 고조됨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제가 종종 콘서트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열기가 이렇게 스크린을 통해서도 쉽게 전달된다는 점이 아주 놀라웠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함께 영화를 본 다른 사람들처럼 크게 몸을 움직인다거나 환호성을 지르기에는 다소 소심한 성격이라 손가락이나 발가락만 까딱거리면서 영화를 즐겼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의 일부를 아무렇게나 흔들어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신이 났고 또 공간 내의 사람들과 그 즐거움을 잘 공유한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비록 2020년대의 '토킹헤즈'는 더 이상 없고, 그들의 새로운 노래가 나올 일도 없지만 그래도 과거의 아주 살아있는(?) 토킹헤즈의 무대를 보고 있자니 마치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지독한 향수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은 이제 별로 없고, 또 상영 시간도 즐기기에 적당한 시간이 아닐 순 있겠지만, 무작정 아무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이 영화, 꼭 극장에서 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