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징징의 인사말"
마트에 가면 "아이, 젠장"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입니다. 야심차게 전부 다 쓸어와야지 결심하면서도 아쉽게 뒤돌아 나오는 고물가 시대, 오늘의 주제는 '장바구니'입니다! 흔한 주제임에도 쓰는데 꽤나 애를 먹었는데요, 장바구니라는 주제의 아무말을 여러분에게 전달드리며, 11월의 마지막과 12월의 처음이 겹쳐지는 이번주도 파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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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바구니의 시대
사실 나는 쇼핑을 그렇게 즐겨하는 편이 아니다. 애초에 엄청나게 갖고 싶은 물건이 많은 것도 아니고 (내 수준에서는 감당이 안 되는 것들뿐이라 애써 모른 척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선택하는 것을 귀찮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월말만 되면 지갑이 홀쭉해져 있는 것일까? 나는 별로 산 기억이 없는데!
그런데 한 달 동안 지출한 장바구니 내역을 보면 생각보다 무언가를 많이 사긴 샀다. 아무것도 안 사고 넘어간 날은 한 달에 있을까 말까다. 하루하루가 빼곡하게 소비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지금 레터 메일을 쓰고 있을 때는 ‘DJ 징징’이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이름이 되듯이, 장바구니는 내 소비를 보여주는 지표인 동시에 내 욕망의 지표이기도 하다. 휴지나 커피(?)와 같이 없으면 안 되는 생필품들도 당연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 외에 내 지갑을 홀쭉하게 만드는 원인은 사실 ‘내가 사고 싶은 것들’이다. 지난 몇 년간의 내 쇼핑 리스트를 차근차근 분석해 본다면 그 당시 내가 무엇에 빠져 있었고, 혹은 무엇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재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앞서 말했듯이 나의 취향이나 기호는 물론이거니와 나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물질적인 것으로 환원 가능하다. 이는 굉장히 편리하면서도 또 씁쓸한 일이다. 물질적인 것들을 제외하면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무얼 말할 수 있을까? 장바구니가 나의 전부가 아님에도 점차 먹혀가고 있는 것만 같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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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은 옛말
아무튼 각설하고, 다시 장바구니 얘기로 돌아가자면.. 과일이 먹고 싶어서 마트에 갔다가 뒷걸음질 친 나는 가난한 자취생이라는 신분(?)을 앞세워 부모님께 귤 한 박스를 사달라고 졸랐다. 뭐니뭐니 해도 역시 겨울은 귤의 계절이 아니겠는가! 물론 나는 뜨끈한 온돌바닥 시절의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불 속에서 귤을 까먹는 낭만은 잊지 않고 챙긴다.
그런데 이 귤이라는 것이 조금 요상해졌다. 아니, 귤이 아니라 세상이 조금 이상해졌다. 원래 귤이라고 하면 제주도의 특산물이었건만, 이제는 귤이 제주도를 넘어 인천에서도 재배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신기한 일도 있다. 우리보다 더 남쪽의 나라에서만 자랄 수 있다고 각인되어 있었던 망고와 같은 과일들도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재배가 가능하다고 한다. 수능 때 한국지리 과목을 선택했었던 나, 열심히 각 지역의 위치와 특산물을 외웠건만 힘겹게 얻은 지식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인상적인 한 칼럼을 인용하여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고자 한다. “이런 변화가 나 같은 소비자에게는 낯설기도 하지만 맛의 기회가 넓어지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 물론 우리 땅으로 이주해오는 과일이 있다면 떠나야 하는 무언가도 생길 것 같은 걱정스러움도 남는다. 봄과 가을이 우리 곁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은 모두가 몸으로 느끼는 변화이니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장바구니'는 내가 가진 욕망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장바구니에는 내가 망설이고 있거나 혹은 잊고 있는 물건들의 목록도 존재한다. 오늘은 이러한 방향에 맞추어 추천하고픈 영화가 아니라, 망설여지는 영화를 한 편 소개해보고자 한다!
영화 제목은 <새 구두를 사야해>. (사실 이번 주제를 떠올렸을 때 직관적으로 생각날 수밖에 없는 제목이지 않은가!)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개봉했던 영화로, 룸메이트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포스터. 파리의 에펠탑을 배경으로 로맨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분홍색 포스터였다. 물론 당시의 나는 기면증에 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던 때라 어디서든 잘 자긴 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게 맞다면 아마도 내가 영화관에서 잠을 잔 최초의 영화일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화를 보고 나와 친구들과 얘기하는 데 모두가 기억하는 내용이 달랐다. 세 명이 전부 영화를 보는 동안 각자 다른 타이밍에 졸았기 때문!
당시 영화에 대한 상당한 허세와 자존심이 있었던 터라, 내가 영화를 보다가 졸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내내 영화가 재미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자기합리화를 했었는데... 그렇게 계속 다시 보는 것을 주저하다가 잊고 있었던 이 영화. 그래서 왜 제목이 <새 구두를 사야 해!>인지 아직도 모른다. 내 영화 장바구니 구석탱이에 처박혀 있던 이 영화, 과연 올해 안에 다시 꺼내볼 수 있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궁금하시다면 여러분 츄라이 츄라이~~ (혹시 보다가 조는 사태가 발발했다면 꼭 DJ 징징에게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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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도마 - 코스트코 데킬라 Costco Tequila
이번 레터메일의 주제인 What's in my (music) bag, 당당하게 이 노래를 소개해 드립니다. 제가 정말 좋아했던 가수 '도마'의 노래인데요. 노래 제목에 '코스트코'가 들어가지만 크게 관련은 없습니다^^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라는 이 앨범의 전곡을 모두 추천합니다. 이 레터메일을 하면서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인디 음악들을 소개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네요.
TIP) 앨범 커버를 클릭하면 노래 감상이 가능한 유투브 링크로 연결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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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 Costco Tequila
우리가 해왔던 것들은 죄다 사랑이고
늙지 않는 노래를 찾아 듣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어서 여기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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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말 못 할 밤은 있지만
이젠 중요하지 않다고 봐
있지도 않은 말은 하지마
오늘을 노래로 만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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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DJ 초마입니다. 바야흐로 가슴 속에 3천원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 계절이 왔습니다. 호호 불어 먹어야 맛난 호빵이나, 슈크림이나 팥이 가득한 붕어빵이나, 갓 구운 군고구마를 위해서요. 제가 사는 동네에는 붕어빵 트럭이 잘 안 와서 맘이 아프지만요. 다들 각자만의 최애 겨울 간식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같이 만들러 가볼까요? 먼저 재료부터 사야겠죠! 오늘의 주제는 ‘장바구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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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와 사회심리학
장을 보러 대형 마트나 슈퍼에 갈 때 장바구니를 들고 갔다가 쇼핑 카트로 장비를 교체하신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손이 큰 편이라 이런 경험을 자주 하곤 했는데요. 이러한 점에 착안해 억만장자가 된 사람이 있습니다. 실번 골드먼은 1934년 작은 식료품점을 몇 개 인수한 뒤 소비자들이 손에 든 장바구니가 너무 무거워지면 고객들이 구매를 중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는 이 사실을 깨닫고 쇼핑 카트를 발명했죠. 덕분에 사람들은 더욱 편리하게 쇼핑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처음부터 사람들이 장바구니를 대신해 짠! 하고 나타난 쇼핑카트를 즐겨 사용한 건 아니었어요. 당시에는 대중들에게 너무 낯선 외관 때문에 아무도 사용하려고 하지 않았죠. 눈에 잘 띄는 곳에 놔두고 사용법을 설명하는 안내판을 세워놓아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때, 심리학적으로 주목해볼만한 현상이 나타났답니다. 불확실하고 낯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따라 하는 경향이 특히 높아지는데요. 이 점을 이용해서 골드먼은 ‘가짜 소비자’ 1명을 고용한 뒤, 그 사람이 마트 내에서 카트를 밀고 다니도록 했어요. 그러자 점차 일반 소비자들도 쇼핑 카트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답니다. 당연히 더욱 보편적으로 이용하게 되기도 했고요!
이런 내용은 도서 <사회심리학: 마음과 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상황의 힘>에 실려 있는데요.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상황들을 심리학적 접근으로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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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서란트’를 아세요?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긴 했는데… ‘이걸 언제 다 요리하지?’ 싶으셨던 분들 손! 저도 요리하기 귀찮은 날이면 이런 생각을 하면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곤 했는데요. 이럴 때를 위한 새로운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그로서리 + 레스토랑의 합성어인 ‘그로서란트’ 입니다.
이 그로서란트에서는요. 마음에 드는 소고기 부위를 골라 가면, 그 자리에서 스테이크를 구워줍니다. 과일을 골라 가면 착즙 주스를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물론 노동력의 대가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긴 하지만, 확실히 “장바구니, 맡겨만 주세요.” 스타일의 서비스라는 데서 저는 큰 혁신을 느낍니다. [“장바구니, 팔색조 매력 뽐내며 더욱 성장… 앞으로도 큰 주목 받을 것으로 '기대']같은 헤드라인을 걸어야 할 것 같달까요. 그 외에도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장을 봐간 재료들로 안주를 만들어주는 주점도, 같이 장을 본 다음 요리는 셰프에게 맡기고 대화에 집중하는 소셜 다이닝도 더욱 많이 생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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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식당을 다룬 힐링 판타지 소설 <고양이 식당, 행복을 요리합니다.>
그리운 사람과 마주 앉을 수 있는 신비한 식당이 있다면 가보시겠어요? 이 특별한 식당에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밥상을 먹으면, 단 한번 죽은 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보고 싶지만 보지 못하는 사람과, 같이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 놓고 밥 한 끼를 함께 하며 같이 얘기를 나눌 수 있어요.
맞아요. 오늘 소개할 책은 일본에서 많은 화제를 낳은 시리즈이자 각 권마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고양이 식당, 00을 요리합니다.” 입니다. 00은 추억이나 행복 등으로 시리즈가 진행되며 변화돼요. 책에서는 메인 배경이 되는 가게를 “추억 밥상을 차려주는 곳”으로 소개해요. 오랫동안 부재중인 사람을 위해 가족이 무사하기를 바라며 차려 두는 식사를 말하기도 하고, 또 제삿날에 고인을 위해 준비하는 식사를 ‘가게젠’이라고 하는데요. 바로 그 ‘가게젠’을 차려주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을 보고 한국 드라마 중 ‘도깨비’에서, 저승사자가 고인들을 저승에 데려가기 이전에 찻집에서 잠깐 얘기를 나누는 씬을 떠올리기도 했어요. 더불어 나는 누구와 했던 식사를 떠올릴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했고요. 마음이 허할 때, 식전 수프처럼 따뜻하게 속을 데워주는 이야기라 요즘 같은 때 더욱 추천하고 싶어요. 시리즈물이라 같은 식당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혹시 이 글을 읽고 한번 읽어봐야겠다 결심하신 분들! 다 읽고 나면 어땠는지 제게 슬쩍 알려주신다면 추천인으로서 정말 뿌듯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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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치즈 - Room #501
감각적인 리듬과 재치있는 가사가 끌리는 곡! 와인에 치즈를 곁들인 한 상을 내어놓고 느긋하게 밤을 즐길 때 들으면 좋은 곡이에요🍷🌙
TIP) 앨범 커버를 클릭하면 노래 감상이 가능한 유투브 링크로 연결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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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Room #501
살짝 말을 걸어볼까 해
반대편 그대에게
라이터로 불 붙이듯
morning coffee를 마시든
길거리 인사하듯
스쳐 지나가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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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EDBACK '장바구니'를 주제로 다양한 토크를 해본 이번 호! 어떠셨나요? 여러분이 장바구니에 제일 먼저 넣는 물건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DJ들에게도 살짝 귀띔해주실 수 있나요?👂
DJ들의 유쾌한 수다는 남은 2023년에도 쭈-욱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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