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시상식 시상소감 - 심사위원 징징
안녕하세요, 제 2회 방구석 시상식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반 년 전에 보내주신 열띤 성원(?)에 힘입어 제 2회 시상식을 개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뜬금없이 시상식에 초대되어 어리둥절하실테지만!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세요! 😆
이번에도 저번과 동일하게 수상작들을 발표하기 전에 간단히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번에도 심사위원이 단 한 명(바로 저)이기 때문에 굉장히 주관적인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또한 제가 여러분의 생각 그 이상으로 영화를 적게 봅니다,,,ㅎ 그래서 다소 영화들의 다양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1회에 이어 비슷한 기준으로 2024년 국내에서 상영되었던 작품들이 후보로 오를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부에게 다양한 영화를 소개해드리고자 이전에 소개드렸던 작품들은 제외하였습니다. 3개의 수상작 이외에도 '골든 체리'상*을 수상한 한 작품을 번외로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그럼 이제 수상작들을 발표하겠습니다!
* 골든 라즈베리 어워즈: Razzies라고도 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시상식이다. 이를 변형한 '골든 체리' 상을 만들어 특이했던 영화를 소개하고자 함! 🍒
🏆'이 차가운 도시에 복숭아 나무는 없지만' 부문 - <대도시의 사랑법>
2024년 10월 개봉. 러닝타임 118분. 이언희 감독.
국내문학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마도 익숙할 그 이름, 박상영 작가의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마침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재희'(김고은)와 '흥수'(노상현)가 대학에서 서로를 우연히 만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던 것처럼, 저도 대학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에 수여할 상 이름으로 '이 차가운 도시에 복숭아 나무는 없지만'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요, 저는 항상 아주 찐한 우정이나 의형제와 같은 것들을 생각하면 어김없이 삼국지의 '도원결의'가 떠오릅니다. 일종의 아이콘이라고 할까요? 비록 이 대도시에는 그렇게 도원결의를 맺을 복숭아 나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도원결의를 맺은 것처럼 재희와 흥수는 둘만의 아주 진한 우정의 감정을 공유합니다.
저도 취향이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곧잘 친구가 되곤 하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친구가 저와 같은 방향의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오히려 완전히 반대인 경우도 있죠. 친구라는 건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는 어떤 이유 때문에 서로 끌리고 친해졌겠지만 이후에는 그런 것은 전혀 상관없는 관계가 되는 것! 재희와 흥수의 경우에도 서로 닮은 부분이 거의 없는 두 사람이지만,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끈끈한 친구가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명대사로 꼽았던 "네가 너인 게 어떻게 너의 약점이 될 수가 있어!"는 저도 참 좋아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이 영화를 보셨다면 어떤 대사를 가장 좋아하실지 궁금하군요!
사실 저는 제가 보는 영화들의 99퍼센트 정도는 만족하고 보는 편입니다. 영화에 되돌릴 수 없는 어떤 병크(!)가 터지지 않는 이상 항상 좋은 점들을 기억하는 편인데요. 이 영화는 유독 이야기 전개가 깔끔하고 센스가 넘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꽤 많은 메시지들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군더더기가 없어서 아주 **활명수를 마신 기분이랄까,,, 예고편 또한 톡톡 튀는 느낌으로 잘 만들어졌는데요, 이 영화를 보고싶으신 분들은 예고편을 보고 가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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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결국 하루하루의 합집합임을' 부문 - <퍼펙트 데이즈>
2024년 7월 개봉. 러닝타임 124분. 빔 벤더스 감독.
유난히 선명하게 그 영화를 본 날이 기억에 남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 <퍼펙트 데이즈>를 본 날이 그랬는데요, 시간이 없어서 그날 압구정 CGV의 마지막 상영 시간에 예매를 하고 막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영화의 OST를 계속해서 돌려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는 사실 하루의 어느 때에 봐도 좋을 영화이지만, 저처럼 하루 일과를 모두 끝내고 아주 늦은 시간에 보신다면 더욱 더 풍부한 감상을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의 줄거리는 사실 별 거 없습니다. 도쿄에 있는 공공 화장실들을 청소하는 '히라야마'는 매일매일을 비슷하고 규칙적으로 살아갑니다. "오늘도 그는 카세트 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잔을 마시고,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런 하루하루를 단지 모아뒀을 뿐이건만! 처음 스크린을 넘어 전달되는 그의 일상에 우리는 관조적이지만, 점차 영화가 진행될수록 조금씩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 중 하나인 '코모레비'(木漏れ日)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라 하는데요, 비슷한 우리말로는 '볕뉘'를 들 수 있겠습니다! '볕뉘'는 작은 틈을 통해 잠시 비치는 햇빛이라는 뜻의 단어인데요. 이 짧은 순간을 주인공 '히라야마'는 아주 소중히 여깁니다. 이러한 수많은 찰나에도 이름들이 있는 것은 결국 불리고 기억되기 위함이겠지요. 그런 찰나의 소중함들이 모여 결국 하루가 되고, 그 하루가 모여 생이 되고, 그 생들이 모여 세상이 된다는, 아주 당연하지만 끊임없이 잊게 되는 무언가를 잘 보여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 저는 이 영화를 볼 당시에 <8월의 빛>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요, 이 영화와 함께 읽으면 좋을 구절이 있어 인용해 보고자 합니다.
"어쩌면 나의 비관은 낙관론자의 비관일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 살아 있다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다. 함께 살아 있는 존재들을 사랑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다. 나의 비관은 그러니까 삶을 너무 좋아해서 생겨난 슬픔이다. 너무 사랑해서 못 견디게 슬픈 것이다.
이 모든 사랑이 한순간의 꿈이라 해도 좋다.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라 믿던 것들이 꿈이 될 때가 분명히 올 것이다. 그걸 다른 말로 부른다면 죽음이겠지. 죽음을 가까이 느낀 지는 오래되었다. 삶이 끝없이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 그걸 알기에 더욱더 사랑한다. 사랑은 꿈과 비슷하다.
그리고 꿈은 시와 닮았다. 나에게 시는 꿈을 번역하는 일이다."
마침 새 마음 새 뜻으로 시작하기 좋은 요즘, 올해의 첫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께 아주 자신있게 추천 드릴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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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몇 다리 건너면 만날 지구촌이라지만' 부문 - <메릴 스트립 프로젝트>
개봉 예정. 러닝타임 103분. 박효선 감독.
여러분, 이 레터메일의 초반부부터 구독하신 분들 가운데 혹시 저희의 '덕질'과 관련된 편지를 기억하고 계신 분이 있나요? 덕후 2명과 게스트 덕후(?) 1명이 모여 열심히 각자의 덕질에 대해 피력하는 열띤 시간을 가졌더랬죠! 이번에 소개해드릴 이 영화는 바로 그 덕질의 열정이 너무 거대해서 하나의 의미있는 프로젝트가 되었던 여정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박효선 감독은 소위 '메릴 스트립'의 덕후인데요, 2010년대에 여성 영화인으로서 영화계 내 성폭력 운동과 여러 페미니즘적인 활동을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 '메릴 스트립 정보봇 한국본부'라는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여 메릴 스트립이 했던 여러 발언들과 영화 속 대사들을 통해 그러한 페미니즘적인 의견을 피력해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주 크게 주목을 받고 인기를 얻게 되면서, 감독은 이러한 한국 페미니스트들의 메릴 스트립을 향한 애정을 전달하고자 배우를 직접 만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그 여정이 이 100여 분의 다큐멘터리에 잘 남아 있습니다. 정말 오래 진행되었던 이 프로젝트는 여러 고비들을 맞이합니다. 그 중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와 같은 일들도 있었죠. 과연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연히, 메릴 스트립을 만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만나지 못한 이 프로젝트는 어쩌면 간단하게 실패로 규정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감독과 여러 여성들이 모여 보여준 진정한 연대, 그리고 메릴 스트립을 비롯한 배우들과 영화인들의 목소리, 그리고 그런 것들을 뒤로한 채 우리의 눈 앞에 보이는 여러 대한민국의 여성혐오적인 사회적 사건들은 그 프로젝트를 잊을 수 없는 하나의 르포로 만들어줍니다.
저는 이 영화를 이번 서울 독립영화제에서 보게 되었는데요, 아마도 빠른 시일 내에 극장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여러분들께 미리 살짝 스포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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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이야! (그런데 사실 밥은 맛있잖아?)' 부문 - <위키드>
2024년 11월 개봉. 러닝타임 160분. 존 추 감독.
골든 체리 부문의 경우에는 간단히 언급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원래 이 자리에는 <서브스턴스>를 소개해드리지 않을까 했는데 연말에 골골거리다보니 아직 <서브스턴스>를 보지 못했습니다! 따로 소개해드릴 기회가 있겠죠! 그래서 이번 골든 체리 부문에는 <위키드>가 선정되었습니다.
여러분 원래 진정한 도파민은 '혐관'에서 나온다는 어떤 명언을 알고 계신가요?🤣 물론 그 관계가 끝까지 그저 '혐관'으로만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해야죠! 그것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영화 <위키드>입니다. 서로를 밥맛이라고 싫어하지만, 사실 밥은,,, 맛있는 것이지 않을까요? 결국 그 밥맛에 서로 끌리게 되는 관계의 두 여성! 뮤지컬 영화이기 때문에 평소에 이런 영화를 좋아하시지 않는다면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엘파바와 글린다의 목소리가 아주 청아해서 귀가 호강했던 이 영화를 이번 제 2회 골든 체리 상 수상작으로 선정합니다! 아 참고로 팁을 드리자면, 이 영화,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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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Lou Reed - Perfect Day
소개해드린 영화들 중 저는 <퍼펙트 데이즈>의 OST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서 줄곧 들었던 노래 하나를 오늘의 추천곡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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