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미 작가의 『다른 사랑』은 총 7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입니다. 「상리」, 「무장하는 날」, 「정선」, 「김춘영」, 「그곳」, 「이 모든」, 「고별」.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여러 단편을 엮은 소설집임에도 이 가운데 표제작이 없다는 것입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수록작 중 한 편의 제목이 원래는 「다른 사랑」이었지만, 이후 출간되기 직전에 제목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어떤 작품이 원래 「다른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작가가 구체적으로 밝힌 바가 없어 알 수 없습니다만 한 편의 작품에서 떼어낸 제목을 소설집 전체의 이름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작가가 생각하기에 '다른 사랑'이라는 말은 특정한 한 편의 이야기를 가리키기보다는, 일곱 편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제목으로 적절했던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 낯선 사랑에 대해 집중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른 어떤 감정들보다도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의 강렬함이 큰 것 같습니다. 저는 다양한 대상을 사랑하는 '오타쿠'(?)로서, 무언가(/누군가)에 빠질 때마다 이른바 '입덕 계기'를 곧잘 기억하곤 합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대상이 어느 순간 특별하게 느껴지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을 말이죠! 무언가를 이전과는 다르게 인식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이미 내 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 뒤에 찾아오곤 합니다. 어느새 달라진 나를 발견하고, 그 변화를 비로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순간은 매번 다릅니다. 아주 사소한 장면 하나가 계기가 되기도 하고, 오랫동안 쌓여온 감정이 어느 날 문득 선명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사랑을 깨닫는 순간을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분명 무언가 달라졌다는 사실은 알겠는데, 대체 언제부터,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되었는지는 좀처럼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최은미 작가가 설명하는 사랑은 흔들림과 함께 옵니다. '사랑'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어렵다면, 그 흔들림의 순간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도가 담긴 것만 같습니다. "사랑의 감각은 위기의 순간에 더욱 선명해"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공간에 불현듯 갇히거나, 지진이 일어나거나, 가까운 사람의 상실을 겪거나, 기억에서 멀어진 공간을 오랜만에 다시 방문하는 일처럼 말이죠. 최은미 작가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사랑의 감각은 위기의 순간에 선명해지는 동시에, 그 위기와 닮은 모순적인 얼굴을 하고는 찾아옵니다. 마치 흔들림을 인식하고 나서야 그 이전이 평온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은 것처럼 말입니다.
소설에서는 '여름 냄새'에 대해 묘사한 구절이 있는데요. 이 구절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치환해도 얼추 들어맞는 것도 같습니다.
"달콤하면서 메슥거리고, 설레면서도 허전한 냄새.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 같은 냄새. 금세 망가질 것 같은 냄새. 어쩌면 여름 냄새가 대체로 그런 건지도 몰랐다."
이를 사랑이라는 단어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달콤하면서 메슥거리고, 설레면서도 허전한 사랑이라는 것.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 같은 감각. 금세 망가질 것 같은 감각. 어쩌면 사랑이란 대체로 그런 건지도 몰랐다."
이 소설집에서 사랑은 하나의 감정으로 잘 정리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정말 애정하는 박혜진 평론가가 이 소설에 대해 쓴 해설의 한 구절을 가져오려고 합니다. 해설 가운데서도 제 시선을 아주 오래토록 붙잡아두는 문장이었는데요.
"혼돈 속에서 더 맹렬해지는 최은미의 사랑은 우리를 무해한 사랑에서 해방시킨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사랑이라는 강박에서 풀려났다."
사랑에 관해 얘기하는 작품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많습니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익숙한 소재에서 새로운 감상을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인데요. 제가 오늘 이 책을 여러분께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서 소개해드린 이유는 소설 어디에도 사랑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정의하는 문장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한 편씩 이야기를 읽어나가다보면 이 모든 것이 '다른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은 낯설고 떄로는 불편하며, 말 그대로 이전과는 다른 사랑. 그런 '다른 사랑'을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쌀쌀해지면 제가 즐겨듣는 몇몇 가수가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수의 새 앨범이 발매되어 가져왔습니다. 저는 이번 앨범에서 이 노래가 가장 좋았는데요. 여러분의 최애곡은 어떤 노래가 될지도 궁금합니다!😆